[편집국에서] 자칭 '삼성 전문기자'의 희한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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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표기업 삼성을 북한에 비유
소설같은 인터뷰에 삼성 이미지 타격
안재석 산업부 차장 yagoo@hankyung.com
소설같은 인터뷰에 삼성 이미지 타격
안재석 산업부 차장 yagoo@hankyung.com
지난주 모 일간지에 큼지막한 인터뷰 기사가 하나 실렸다. 인터뷰 대상은 제프리 케인이라는 미국인 프리랜서 기자. 기사엔 ‘삼성의 성공은 시대의 산물…보스의 리더십 신화 버려야’라는 제목이 달렸다. 삼성이 지금의 위치에 오르게 된 건 시대를 잘 만났을 뿐이라는 뜻으로 읽혔다. 고개가 갸우뚱. “동시대를 살았던 다른 기업들은 왜 이런 성과를 내지 못했을까?” 그래도 그러려니 했다. “수많은 외국인 기자 중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겠지….” 하지만 기사를 읽어내려갈수록 의아한 대목이 너무 많았다.
케인 기자는 줄곧 삼성을 북한에 비유했다. 삼성의 한 사업장을 찾았을 때 느낌을 “마치 북한 사회에 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고 표현했다. “사내 곳곳에 이건희 회장을 찬양하는 글이 넘쳤고, 고위임원들은 회장의 연설 및 어록을 달달 외우더라”는 그만의 ‘목격담’도 덧붙였다. 삼성을 출입하는 기자로서 호기심마저 일었다. “도대체 어느 사업장을 돌아본 거지?”
7년간 삼성을 줄기차게 파고들었다는 그는 취재 과정의 어려움을 설명하면서도 북한을 끌어들였다. 이 기사의 온라인용 제목은 아예 ‘북한 취재보다 어려웠다’로 뽑혔다. 어리둥절했다. 개인적인 경험이 겹쳤다. 도쿄특파원을 하던 시절, 도요타 소니 등 일본 대기업 홍보실에 수많은 메일을 보냈다. 대부분 소득이 없었다. ‘미안하다’는 일본어 표현만 다양하게 익히는 계기가 됐다. 다른 회사 특파원들의 경험도 대동소이했다. 하지만 누구도 도요타와 소니를 북한에 빗대어 생각하진 않았다.
‘삼성을 이해하기 위해서 조선의 왕은 물론 심지어 북한 정권도 공부해야 했다’는 대목은 압권. 케인 기자는 그렇게 ‘북한’이란 단어를 12번이나 사용하고 인터뷰를 마감했다.
기사가 나오자 삼성그룹은 어이없어했다. 곧바로 ‘삼성 뉴스룸’이라는 온라인 공간에 해명자료를 띄웠다. ‘전제가 되는 사실관계부터 허위’라는 게 요지였다. “수많은 국내외 인사가 삼성 사업장을 방문했지만 케인 기자가 언급한 사례를 목격했다는 사람은 전혀 없었다”는 반박도 덧붙였다. 삼성을 오래 출입한 기자들 사이에선 “삼성도 북한도 모르고 하는 얘기”라는 말까지 나왔다.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14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냈다. 반도체에서만 10조원가량을 벌어들였다. 삼성이 반도체 사업을 시작한 1974년, 한국은 ‘무역 100억달러 달성’을 자축했다. 40여 년 만에 국가 전체 무역액과 맞먹는 규모의 이익을 단 한 분기 만에 거둬들인 것이다. 거의 기적에 가까운 역사다.
반도체는 대규모 장치산업이다. 수십조원의 돈이 뭉텅이로 들어간다. 경영자의 결연한 각오와 현명한 판단 없이는 성공하기 어렵다. 이걸 빼고 기적을 해석하면 대부분 오답이다. 케인 기자는 애써 정답을 피해갔다. “삼성과 거래하기 위해 모든 걸 쥐어 짜낼 수밖에 없었던 중소업체와 노동자의 희생 덕분에 삼성이 성장했다.”
삼성은 이 기사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조직원들의 자부심에도 생채기가 났다. 삼성 임직원들은 졸지에 북한에서 착취당하는 인민이 됐다. 케인 기자는 자신이 취재한 내용을 묶어 내년 2월 ‘삼성 제국’이라는 책을 낸다고 했다. 한국의 14군데 출판사로부터 거절당했다는 얘기도 곁들였다. 왜 퇴짜를 맞았는지 케인 기자만 모르는 듯하다.
안재석 산업부 차장 yagoo@hankyung.com
케인 기자는 줄곧 삼성을 북한에 비유했다. 삼성의 한 사업장을 찾았을 때 느낌을 “마치 북한 사회에 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고 표현했다. “사내 곳곳에 이건희 회장을 찬양하는 글이 넘쳤고, 고위임원들은 회장의 연설 및 어록을 달달 외우더라”는 그만의 ‘목격담’도 덧붙였다. 삼성을 출입하는 기자로서 호기심마저 일었다. “도대체 어느 사업장을 돌아본 거지?”
7년간 삼성을 줄기차게 파고들었다는 그는 취재 과정의 어려움을 설명하면서도 북한을 끌어들였다. 이 기사의 온라인용 제목은 아예 ‘북한 취재보다 어려웠다’로 뽑혔다. 어리둥절했다. 개인적인 경험이 겹쳤다. 도쿄특파원을 하던 시절, 도요타 소니 등 일본 대기업 홍보실에 수많은 메일을 보냈다. 대부분 소득이 없었다. ‘미안하다’는 일본어 표현만 다양하게 익히는 계기가 됐다. 다른 회사 특파원들의 경험도 대동소이했다. 하지만 누구도 도요타와 소니를 북한에 빗대어 생각하진 않았다.
‘삼성을 이해하기 위해서 조선의 왕은 물론 심지어 북한 정권도 공부해야 했다’는 대목은 압권. 케인 기자는 그렇게 ‘북한’이란 단어를 12번이나 사용하고 인터뷰를 마감했다.
기사가 나오자 삼성그룹은 어이없어했다. 곧바로 ‘삼성 뉴스룸’이라는 온라인 공간에 해명자료를 띄웠다. ‘전제가 되는 사실관계부터 허위’라는 게 요지였다. “수많은 국내외 인사가 삼성 사업장을 방문했지만 케인 기자가 언급한 사례를 목격했다는 사람은 전혀 없었다”는 반박도 덧붙였다. 삼성을 오래 출입한 기자들 사이에선 “삼성도 북한도 모르고 하는 얘기”라는 말까지 나왔다.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14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냈다. 반도체에서만 10조원가량을 벌어들였다. 삼성이 반도체 사업을 시작한 1974년, 한국은 ‘무역 100억달러 달성’을 자축했다. 40여 년 만에 국가 전체 무역액과 맞먹는 규모의 이익을 단 한 분기 만에 거둬들인 것이다. 거의 기적에 가까운 역사다.
반도체는 대규모 장치산업이다. 수십조원의 돈이 뭉텅이로 들어간다. 경영자의 결연한 각오와 현명한 판단 없이는 성공하기 어렵다. 이걸 빼고 기적을 해석하면 대부분 오답이다. 케인 기자는 애써 정답을 피해갔다. “삼성과 거래하기 위해 모든 걸 쥐어 짜낼 수밖에 없었던 중소업체와 노동자의 희생 덕분에 삼성이 성장했다.”
삼성은 이 기사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조직원들의 자부심에도 생채기가 났다. 삼성 임직원들은 졸지에 북한에서 착취당하는 인민이 됐다. 케인 기자는 자신이 취재한 내용을 묶어 내년 2월 ‘삼성 제국’이라는 책을 낸다고 했다. 한국의 14군데 출판사로부터 거절당했다는 얘기도 곁들였다. 왜 퇴짜를 맞았는지 케인 기자만 모르는 듯하다.
안재석 산업부 차장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