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일반 회원을 모집하고 소수 유료 투자자에게만 정보를 제공한 뒤 일반 투자자들이 몰려와 가격이 오르면 매도해 차익을 실현한다.”

6일 수면 위로 드러난 가상화폐 작전세력은 이 같은 기존 주가조작단의 전형적인 수법을 그대로 따랐다. 가상화폐가 아니라 주식이었다면 진작에 금융·사법당국의 단죄가 이뤄졌을 행위가 규제의 사각지대에서 버젓이 횡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주식시장에서의 시세 조종 행위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에 의해 규제되고 있다. 이 법은 시세 조종, 미공개정보 이용, 거짓정보 유포 등을 ‘시장질서 교란행위’로 규정해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관련 당국이 주식 거래와 관련한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감독한다. 한국거래소 시장감시본부는 단기간 급등 혹은 이상매매가 이뤄지는 주식을 실시간 모니터링한다. 시세 조종 의심 종목에 대해선 시장에 경보를 내리거나 매매를 중단시키는 조치를 취하고 곧바로 금융감독원에 통보한다. 금감원은 자체 조사를 통해 불법이 확인되면 해당 건을 검찰에 정식 고발하거나 자체 과징금 처분을 내린다.

일부 빠른 증거 수집이 필요한 대형·악질 시세 조종 사건은 금감원·증선위 단계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금융범죄를 전담하는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으로 이첩된다. 지난 10월에도 ‘스승·고수·제자’ 식으로 조직을 구성해 80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주가조작단이 적발돼 8명이 구속됐다.

이와 달리 가상화폐 펌핑방이 처벌받지 않는 이유는 현행 자본시장법이 시세 조종 대상을 상장 증권 그리고 장내 파생상품, 또는 그 증권·파생상품의 기초가 되는 기초자산으로 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펌핑방 참여자끼리 매매를 주고받으며 특정 가상화폐 가격을 끌어올리는 행위는 주식시장이라면 명백한 시세 조종으로 처벌 대상이다.

다수의 투자자를 속이는 가상화폐 시세 조종에 형법상 사기죄를 묻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김도형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금융전문)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명확하고, 피해자가 정확히 그 정보 때문에 피해를 입었다는 걸 입증해야 하는데 (변동성이 워낙 큰 가상화폐 시장에서) 이 같은 입증이 쉽지만은 않다”고 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