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등에서도 추가 수출 탄력 기대…재원 조달은 과제

한국전력이 6일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 인수전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은 우리나라 원자력업계에 상당한 의미가 있는 '쾌거'라고 할 수 있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 기조 속에서 어려움을 겪던 원전업계가 기술력을 토대로 막힐뻔했던 수출길을 열었다고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원전업계는 이번 수주를 계기로 체코, 사우디아라비아 등 다른 나라에서도 추가 수주에 대한 기대감을 높일 수 있게 됐다.

다만, 막대한 재원 조달 문제는 정부와 한전이 풀어야 할 숙제로 지적된다.

◇ 탈원전 정책 속 '낭보'…"원전 기술 입증"
국내 원전 산업계는 최근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 등 정부의 강력한 탈원전·탈석탄 정책에 막혀 존립 자체에 위협을 받아왔다.

신규 원전 건설이 이뤄지지 않는 상태에서 수출길마저 막히게 되면 원전업계는 사실상 고사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영국에서 들려온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소식은 원자력업계에 큰 '낭보'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막대한 자본을 앞세워 이번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한국은 기술력과 안정성을 토대로 이를 제치는 데 성공했다"며 "특히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출 경험 등이 높게 평가받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전이 이번 원전사업 수주를 최종 확정하게 되면 우리나라는 중장기적으로 기술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원전 수출을 늘려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체코·사우디아라비아·영국 등서도 추가 수출 추진
우리나라는 무어사이드 외에도 여러 나라에서 원전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한전의 이번 인수전 승리를 계기로 이런 수출 추진도 상당한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한수원은 영국에서 원전 건설사업을 추진 중인 '호라이즌 뉴클리어 파워'로부터 지분 인수 제안을 받고 관련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

호라이즌은 2012년 일본 히타치(日立)가 인수한 회사로, 영국에 5.4GW 규모(4기)의 원전을 건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수원은 체코에서도 원전 수출을 타진하고 있다.

현재 6기의 원전을 가동하고 있는 체코는 추가로 2~4기를 더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 중에 신규 원전사업 입찰제안서를 발급하고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절차에 들어갈 방침이다.

수주 경쟁을 펼칠 나라로는 러시아, 중국 등이 꼽힌다.

사우디는 국가 원자력에너지 사업으로 2030년까지 2.8GW 규모의 원전 2기를 도입하기로 했으며, 소형원자로 개발과 원전 산업 육성, 원전 규제체계 정비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사우디 원전 건설사업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강력하게 드러낸 바 있다.

◇ 재원 조달은 숙제…에너지전환 정책에도 영향 미칠까
자금 동원 능력은 마지막 관건이다.

무어사이드 원전사업은 사업자가 건설비를 조달하고 완공 후 전기를 팔아 투자비를 회수하는 방식이다.

건설비를 받으면서 원전을 지어서 넘기는 UAE 원전 수출과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UAE 원전 사업은 EPC(설계·조달·시공) 방식으로 갔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예측 가능했지만, 영국은 IPP(발전사업)로 가야 하기 때문에 영업이익률을 얼마나 낼지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한 바 있다.

영국 정부가 발전단가를 낮출 경우 한전의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도 리스크다.

아울러 한전의 이번 원전 인수전 승리는 정부의 친환경 에너지전환정책 기조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030년 신재생에너지 비중 20% 목표 달성'을 목표로 내걸고 탈원전 정책을 부르짖고 있지만 수출 등 국가 경제 차원에서는 원전 산업을 포기하지 말고 꾸준히 육성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더욱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원전 전문가는 "원전 산업의 핵심은 기술력"이라며 "정부가 이번 기회를 계기로 원전 산업 저변 확대에 관심을 가져야 기술경쟁력을 잃지 않고 다른 곳에서도 수출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