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내 기대감 최고조…검찰 반대와 일각의 우려 있어 실현은 '미지수'
'인권경찰' 개혁하며 추진한 '수사권 조정' 이번엔 될까
"그간 수사권 조정의 전제가 되는 경찰위원회 실질화와 내부 통제기구 실질화, 수사경찰 분리방안 등을 착실히 준비해왔다.

이들 방안이 완성돼 이제 수사권 조정 논의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 됐다."

경찰개혁위원회 위원인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찰은 수사·검찰은 기소'를 맡도록 한 개혁위의 7일 수사구조개혁 권고안의 배경을 이처럼 설명했다.

그동안 개혁위가 해온 권고의 종착역이 '수사권 조정 논의'가 되는 셈이다.

경찰 내부에서는 이번에야말로 수사권 독립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크다.

그러나 검찰이 이에 반대해 협의 과정에서 난관이 예상되는 데다 국회에서 법 개정이 이뤄지기까지 지난한 과정이 남아있어 권고안이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인권경찰' 개혁하며 추진한 '수사권 조정' 이번엔 될까
◇ '인권경찰' 주문해온 경찰개혁위의 수사권 조정 권고

개혁위는 출범 직후부터 '인권경찰'을 주문하며 수사 과정에 변호인 참여권 보장, 인권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영상녹화 확대와 진술녹음제 도입, 수사관 제척(기피)제 도입, 유치장 인권보장 강화 등 강도 높은 개혁을 권고해왔고 경찰청은 이를 대부분 수용했다.

이어 민간인이 경찰위원장을 맡아 경찰을 통제할 수 있도록 경찰위원회를 실질화하는 방안과 경찰 인권·감찰 옴부즈맨 제도 도입을 권고했다.

자치경찰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냈다.

개혁위는 '인권 경찰'을 위한 그동안의 권고가 수사권 조정 논의를 통해 완성된다고 보는 셈이다.

이들은 검·경 수사권 조정을 검찰과 경찰 간의 '밥그릇 싸움'으로 여기는 것을 경계했다.

박재승 경찰개혁위원장은 권고안을 발표하면서 "검찰이 모든 권한을 독점하는 현행 체계를 분권형 체계로 개편하면 수사 공정성을 높이고 권력기관 남용을 억제할 수 있으며, 국민의 인권보호 수준도 높아질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개혁위는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 원칙을 '미래지향적 형사 정의'라며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는 체계는 해외에 유례가 없다고 강조했다.

검사의 독점적 영장 청구권을 고쳐야 한다는 주장과 관련해서도 "배임 혐의를 받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구속영장을 검찰이 최근 기각했다"며 "경찰의 독자적 수사를 보장하고 성역 없는 수사가 가능하게 하려면 영장 청구를 검사가 독점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경찰이 영장을 청구할 수 있게 되면 강제수사가 남발되지 않겠느냐는 우려에 대해서도 "최종적으로는 법원이 영장을 발부하게 되므로 그럴 일은 없다"고 반박했다.
'인권경찰' 개혁하며 추진한 '수사권 조정' 이번엔 될까
◇ '수사권 조정' 경찰 기대 최고조…"대통령 공약"

경찰 내부에서는 이번에야말로 수사권 독립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최고조에 달했다.

내부 개혁까지 감수하면서 개혁위의 '인권 경찰'을 위한 권고를 대부분 수용한 것도 이와 같은 기대감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검찰에 대한 견제가 필요하다', '수사권·기소권 분리에 공감한다' 등의 의견이 높게 나온 데다 '검찰 내 적폐청산' 구호가 국민적으로 공감대를 얻고 있다는 것도 긍정적인 신호로 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일반적 수사권은 경찰에 넘기고 검찰은 기소권과 공소유지를 위한 보충적 수사권만 갖게 할 것", "(경찰이) 수사권을 가지려면 개헌을 전제로 별도의 영장 청구권이 있어야 한다"고 공약한 것에도 경찰은 주목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10월 20일 경찰의 날 기념식에서도 "검경 수사권 조정은 국민 인권보호를 위해 꼭 해야 할 일로,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은 이날 '대통령 수사·기소 분리 발언록'을 정리해 기자들에게 배포하기도 했다.

20대 국회에 진출한 경찰 출신 의원들이 7명으로 역대 최다라는 점도 경찰이 기대하는 부분 중 하나다.
'인권경찰' 개혁하며 추진한 '수사권 조정' 이번엔 될까
◇ 검찰 반대·국회 논의 난항 예상

경찰이 높은 기대를 보이지만, 개혁위 권고안이 그대로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일단 검찰이 수사권을 완전히 내려놓는 방안에 강하게 반대하기 때문이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10월 27일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수사권한이란 것을 그대로 떼서 옮기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수사 통제와 관련해서는 어쨌든 검찰이 수사지휘를 일절 안 하기는 쉽지 않다.

통제 방안은 어떤 경우에도 필요하다"고 말해 경찰이 수사를 전담하는 방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전임자인 김수남 검찰총장도 올해 4월 "검찰은 경찰국가 시대의 수사권 남용을 통제하기 위해 준사법적 인권옹호기관으로 탄생한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인권보호 측면에서는 경찰-법원 단계에 비해 경찰-검찰-법원을 거치면서 검토하는 과정이 더 바람직하다는 취지다.

일각에서는 경찰에 수사권을 부여할 수 있을 만큼 '인권경찰'로 거듭났는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참여연대는 경찰이 경찰개혁위원회의 '집회시위 자유 보장방안'을 수용하겠다고 밝히고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문 당시 청와대 인근 집회·행진을 금지하고 차벽도 재등장시켰다며 "박근혜 정부에서 해온 방식에서 한 걸음도 더 나아가지 못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인권경찰' 개혁하며 추진한 '수사권 조정' 이번엔 될까
이에 따라 개혁위 권고안을 바탕으로 검찰 등과 협의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협의 이후에도 국회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통과되기까지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국회 내에 경찰 출신 의원이 다소 늘었으나 법안심사소위와 검사 출신 재선·3선 의원들이 다수 포진한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 논의 등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 것도 변수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경찰개혁위가 고민 끝에 수사구조개혁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려준 것"이라며 "경찰은 열린 자세로 상호 존중하고 협력하는 기조 하에 수사구조개혁을 협의하기를 희망한다"고 원론적 입장을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