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환 센코어테크 대표(오른쪽)와 이창남 센구조연구소 대표가 건축물 구조설계 신공법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문혜정 기자
이승환 센코어테크 대표(오른쪽)와 이창남 센구조연구소 대표가 건축물 구조설계 신공법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문혜정 기자
“아버지가 평생 개발해온 건축구조설계 신기술을 제가 사업화하고 수출까지 하는 게 뿌듯합니다.”

이승환 센코어테크 대표(39)와 이창남 센구조연구소 대표(77)는 건축구조설계업계에서 최근 주목받는 부자(父子)다. 이들은 공사 기간과 인력을 대폭 줄이면서도 안전성을 높인 건축 신기술로 지난 7월 싱가포르 정부가 발주한 항만물류 창고 건설 프로젝트를 수주한 데 이어 내년 하반기에는 기업공개(IPO)에 나설 예정이다. 해안가에 있는 컨테이너 물류창고를 내륙으로 옮기는 이 프로젝트는 높이 100m, 2층짜리 자동화 물류 창고(JTC 로지스틱스 허브)를 건설하는 것이다.

이창남 대표는 인천공항공사, 예술의전당 등 국내 굵직한 건축물 4000여 곳의 구조설계를 맡은 건축업계 1세대다. 건축물의 하중과 철근 수 등을 계산하는 구조설계는 건물의 뼈대를 디자인하는 중요한 작업이다. 서울대 건축학과 출신인 이창남 대표는 기존 콘크리트공법의 난제로 꼽히는 거푸집, 비계 등 현장가설 공정을 대체할 수 있는 특허기술인 PSRC(공장 선조립 철골 철근콘크리트) 공법을 개발하는 등 신공법 개발에 매진해 왔다. PSRC는 일종의 거푸집을 미리 붙여 공장에서 조립한 기둥을 활용하는 것이다. 철근 및 철골 세우기와 동바리 등 복잡한 가설 작업 없이 바로 설치하면 콘크리트를 부을 수 있다. 비가 올 때도 공사가 가능하고 철근 등도 최적화해 무게를 줄여준다. 결과적으로 인력과 공기가 줄어들어 공사 비용이 단축된다.

그의 차남인 이승환 대표(건축시공기술사) 역시 서울대 건축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코넬대에서 경영학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센구조연구소가 보유한 각종 건축 공법을 독점적으로 활용해 구조설계 외에 제작·시공을 모두 제공하는 센코어테크를 2010년 설립했다.

이승환 대표는 “2000년대 초 한 건설사에서 산업기능요원으로 군복무하던 때 도저히 공사 기간을 맞출 수 없는 프로젝트를 아버지 도움으로 예정보다 두 달 앞서 준공했다”며 “이후 대전터미널, 삼성디스플레이 탕정공장 등을 거쳐 업계에 알려지면서 이제는 해외로까지 눈을 돌리게 됐다”고 말했다. 탕정공장 건축현장에서 인력을 다른 사업장 대비 4분의 1로 줄이고 공사비를 절감하면서 업계에 소문이 퍼졌다. SK하이닉스 이천공장도 10개월 예정이던 골조공사를 약 7개월 만에 마쳤다.

이 대표는 “아버지는 건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 해결을 위한 연구개발을 즐긴다”며 “그 기술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만큼 건축주나 시공사를 설득하고 사업을 확장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2014년 외국계 블루런벤처스(BRV)에서 투자를 받기도 한 센코어테크는 올해 1400억원가량의 매출을 거둘 전망이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