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 먹으면 케이크로 보상? 편식만 더 심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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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식습관의 인문학
비 윌슨 지음 / 이충호 옮김 / 문학동네 / 508쪽 / 2만원
식습관의 인문학
비 윌슨 지음 / 이충호 옮김 / 문학동네 / 508쪽 / 2만원

《식습관의 인문학》은 식습관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소와 여기에 담긴 사람들의 심리를 분석한다. 저자는 영국 출신 음식 칼럼니스트이자 역사가인 비 윌슨이다. 전작 《포크를 생각하다》에서 식당 도구의 발달과 인류의 삶에 미친 영향을 분석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 책을 통해선 “누구나 자신의 식습관을 개선할 수 있는 막대한 잠재력이 있다”며 “다른 사람보다 시간이 더 오래 걸릴 수는 있어도 음식을 잘 먹는 법은 누구나 터득하고, 실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음식 선호는 익숙함과도 연결된다. 어린이는 많은 음식을 맛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좋아하는 음식의 범위가 처음에는 어른보다 좁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부모가 이 일시적인 조심성을 영구적인 것으로 해석할 때 문제가 발생한다. 부모가 조바심을 내며 “이 채소를 먹으면 단 것을 보상으로 주겠다”는 방식으로 회유하는 것도 위험하다. 채소를 먹는 행동 자체보다 단 것이란 보상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비트를 갈아서 케이크로 주더라도 아이는 비트를 좋아하게 되는 것이 아니다. 케이크 자체를 선호하는 경향만 강해질 뿐이다.
저자는 “이걸 먹어도 아무 탈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한 번 맛보게 한 뒤 조금씩 반복적으로 그 음식에 노출되도록 하라”고 조언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강요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아이들이 음식 선택권이나 결정권이 없을 시기, 부모들은 대개 아이에게 ‘좋은 음식’을 먹도록 강요한다. 그러나 어린 시절 특정 채소를 억지로 다 먹어야 했던 경험을 한 사람은 해당 채소를 싫어하는 식습관을 지닐 가능성이 높다.
저자는 “잡식동물인 우리는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전혀 모르고 태어난다”며 “어른들도 음식을 먹여주길 기다리면서 기대를 품고 앉아있는 어린이처럼 그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