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메리츠종금증권] "기업금융 영역 확대… 수익성 가장 뛰어난 증권사 되겠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인터뷰-김기형 < 메리츠종금증권 부사장 >
1991년 삼성생명에 입사하면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김기형 메리츠종금증권 부사장(사진)은 이후 20여 년간 ‘부동산 금융’ 외길을 걸었다. 메리츠종금증권에는 2006년 영입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조직을 만들었다. 당시 메리츠종금증권은 자기자본 규모가 2459억원에 불과한 중소형 증권사였다. 자금운용한도(book·북)가 부족해 초반에는 주선이나 자문을 맡아 수수료를 챙기는 영업을 했다.
2010년 메리츠증권이 메리츠종합금융과 합병해 종금업을 할 수 있게 되면서 김 부사장은 자금 운용의 폭을 넓혀가기 시작했다. 당시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미분양 공포로 금융회사들이 너도나도 몸을 사릴 때 미분양담보대출확약 시장에서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했다.
종금업을 이용해 자본 활용을 높이고 정교하게 위험을 관리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사로 영입된 김 부사장은 이듬해 상무로 승진했고 2011년부터 PF사업본부를 이끌었다. 2014년부터 종합금융사업을 총괄했고, 작년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메리츠종금증권의 추가 도약을 위해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메리츠종금증권이 최근 종합금융투자사(종투사)로 지정됐습니다.
“2020년이 되면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종금업 면허(라이선스)를 반납해야 합니다. 그에 대비해 지속 가능한 성장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했습니다. 다른 종금사 인수도 검토해봤지만 그것보다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규모를 갖춰 사업 영역을 넓혀가는 게 더 생산적일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자기자본 4조원이 넘는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갈 수도 있으니까요. 수신 기능이 있기는 하지만 ‘덩치’가 크지 않아 지금까지는 한정된 자금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쓰는 데 집중했습니다. 이제는 ‘그릇’이 커졌으니 더 과감하고 적극적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갈 수 있습니다. 규모가 큰 거래(딜)를 단독으로 진행할 수도 있고요.”
▶종투사가 할 수 있는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도 준비하고 있습니까.
“우선 기업의 신용공여 업무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종투사업자 신청할 때도 PBS 관련 업무는 일단 빼놨습니다. 종투사로 지정됐다고 준비도 안 된 가운데 무작정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시간을 두고 보면서 할 만한 가치가 있고 ‘잘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섰을 때 새 사업을 준비할 겁니다.”
▶부동산금융 분야에서 경쟁력을 높이 평가받고 있습니다.
“작은 자기자본을 가장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분야가 부동산이었습니다. 메리츠종금증권의 가장 큰 경쟁력은 영업 일선에 포진해 있는 경험 많은 인력이죠. 부동산금융은 딜 계약 초기 단계부터 회사 인력이 적극적으로 관여해 완료될 때까지 1~2년이란 긴 시간 동안 매달립니다.
남들과 경쟁해 딜을 따내는 게 아니라 회사가 능동적으로 투자 대상을 발굴합니다. 사업이 시작된 뒤에도 시행사, 시공사 등과 함께 만들어가면서 완성해내죠. 다른 금융회사와 경쟁 없이 독점적인 지위에서 딜이 이뤄지기 때문에 수익성도 그만큼 높은 겁니다. 실무자 중심의 수평적인 조직문화와 빠른 의사결정 체계 덕에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었습니다.”
▶IB 사업의 수익이 부동산금융에 너무 쏠려 있는 건 아닌지요.
“메리츠종금증권이 기업금융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의 70~80%가 부동산금융에서 나오는 건 사실입니다. 증권업계에선 부동산금융의 강자로 꼽히고 있죠. 하지만 시장 환경이 바뀌고 있어 위험(리스크) 관리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합니다.
이미 변화는 나타나고 있습니다. 부동산 이외의 기업금융 관련 자금 집행 규모가 2014년 6000억원에서 작년에 2조원으로 늘었습니다. 올해는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지금까지 부동산분야 비중이 컸던 건 메리츠종금증권이 잘할 수 있고 수익성이 좋은 사업이었기 때문입니다. 다른 분야를 못해서 안 한 게 아닙니다.
부동산의 매력이 상대적으로 높아서였죠. 인수 금융이나 기업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금융 지원 등 본연의 기업금융 업무를 자연스럽게 늘려나갈 겁니다. 다만 구색을 맞추기 위해 사업을 다각화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해외 부동산으로 투자를 확대할 계획도 있나요.
“부동산뿐 아니라 기업금융 관련 딜 부문에서도 해외로 시야를 넓히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보다 안정적이면서 수익성 좋은 딜을 찾기 위해 해외 네트워크가 좋은 전문 인력도 올해 영입했습니다.
브라질 인도뿐 아니라 동남아시아 등 신흥국과 유럽 등 관심 지역은 다양합니다. 현재 논의 중인 딜을 공개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성과를 내놓을 수 있을 겁니다.”
▶내년 사업 계획은 어떻게 세웠는지 궁금합니다.
“초대형 IB의 등장으로 기업금융 분야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겁니다. 부동산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도 크고요. 그런 상황에서는 무리한 조건의 딜도 많이 쏟아져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말 어려울 때 진정한 ‘선수’가 가려지죠. 시장이 좋을 때는 실력에 관계없이 누구나 어느 정도의 수익은 냅니다. 힘든 상황을 맞아봐야 선택과 집중의 효과가 빛을 발하고 차별화된 능력이 돋보일 수 있습니다.
부동산금융에서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한편으로는 부동산에서 생길 수 있는 공백을 채우기 위해 다양한 분야로 관심을 넓혀갈 계획입니다. 자본이 늘어난 만큼 트레이딩에도 무게가 실리겠죠. 시장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메리츠종금증권만의 강점이 돋보일 수 있는 한 해가 될 것입니다. 기회가 올 때 놓치지 않아야죠.”
▶메리츠종금증권이 초대형 IB가 되는 시점은 언제쯤일까요.
“일단 종투사로 올라선 만큼 종금업 라이선스가 만료되더라도 현재 진행 중인 사업에 큰 영향은 없습니다. 어떻게 회사가 더 성장하느냐에 초점을 둘 겁니다. 매년 내고 있는 순이익을 쌓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자기자본 4조원에도 도달하겠지만 그것 역시 하나의 과정일 뿐입니다.
영업용순자본비율(NCR) 및 레버리지비율 여력이 충분하고 현재로서도 하고자 하는 사업을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자기자본을 앞세운 덩치 키우기 경쟁에 휘말리기보다 수익성이 가장 뛰어난 회사, 자기자본이익률(ROE)이 가장 높은 회사가 되는 게 목표입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2010년 메리츠증권이 메리츠종합금융과 합병해 종금업을 할 수 있게 되면서 김 부사장은 자금 운용의 폭을 넓혀가기 시작했다. 당시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미분양 공포로 금융회사들이 너도나도 몸을 사릴 때 미분양담보대출확약 시장에서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했다.
종금업을 이용해 자본 활용을 높이고 정교하게 위험을 관리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사로 영입된 김 부사장은 이듬해 상무로 승진했고 2011년부터 PF사업본부를 이끌었다. 2014년부터 종합금융사업을 총괄했고, 작년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메리츠종금증권의 추가 도약을 위해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메리츠종금증권이 최근 종합금융투자사(종투사)로 지정됐습니다.
“2020년이 되면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종금업 면허(라이선스)를 반납해야 합니다. 그에 대비해 지속 가능한 성장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했습니다. 다른 종금사 인수도 검토해봤지만 그것보다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규모를 갖춰 사업 영역을 넓혀가는 게 더 생산적일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자기자본 4조원이 넘는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갈 수도 있으니까요. 수신 기능이 있기는 하지만 ‘덩치’가 크지 않아 지금까지는 한정된 자금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쓰는 데 집중했습니다. 이제는 ‘그릇’이 커졌으니 더 과감하고 적극적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갈 수 있습니다. 규모가 큰 거래(딜)를 단독으로 진행할 수도 있고요.”
▶종투사가 할 수 있는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도 준비하고 있습니까.
“우선 기업의 신용공여 업무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종투사업자 신청할 때도 PBS 관련 업무는 일단 빼놨습니다. 종투사로 지정됐다고 준비도 안 된 가운데 무작정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시간을 두고 보면서 할 만한 가치가 있고 ‘잘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섰을 때 새 사업을 준비할 겁니다.”
▶부동산금융 분야에서 경쟁력을 높이 평가받고 있습니다.
“작은 자기자본을 가장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분야가 부동산이었습니다. 메리츠종금증권의 가장 큰 경쟁력은 영업 일선에 포진해 있는 경험 많은 인력이죠. 부동산금융은 딜 계약 초기 단계부터 회사 인력이 적극적으로 관여해 완료될 때까지 1~2년이란 긴 시간 동안 매달립니다.
남들과 경쟁해 딜을 따내는 게 아니라 회사가 능동적으로 투자 대상을 발굴합니다. 사업이 시작된 뒤에도 시행사, 시공사 등과 함께 만들어가면서 완성해내죠. 다른 금융회사와 경쟁 없이 독점적인 지위에서 딜이 이뤄지기 때문에 수익성도 그만큼 높은 겁니다. 실무자 중심의 수평적인 조직문화와 빠른 의사결정 체계 덕에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었습니다.”
▶IB 사업의 수익이 부동산금융에 너무 쏠려 있는 건 아닌지요.
“메리츠종금증권이 기업금융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의 70~80%가 부동산금융에서 나오는 건 사실입니다. 증권업계에선 부동산금융의 강자로 꼽히고 있죠. 하지만 시장 환경이 바뀌고 있어 위험(리스크) 관리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합니다.
이미 변화는 나타나고 있습니다. 부동산 이외의 기업금융 관련 자금 집행 규모가 2014년 6000억원에서 작년에 2조원으로 늘었습니다. 올해는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지금까지 부동산분야 비중이 컸던 건 메리츠종금증권이 잘할 수 있고 수익성이 좋은 사업이었기 때문입니다. 다른 분야를 못해서 안 한 게 아닙니다.
부동산의 매력이 상대적으로 높아서였죠. 인수 금융이나 기업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금융 지원 등 본연의 기업금융 업무를 자연스럽게 늘려나갈 겁니다. 다만 구색을 맞추기 위해 사업을 다각화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해외 부동산으로 투자를 확대할 계획도 있나요.
“부동산뿐 아니라 기업금융 관련 딜 부문에서도 해외로 시야를 넓히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보다 안정적이면서 수익성 좋은 딜을 찾기 위해 해외 네트워크가 좋은 전문 인력도 올해 영입했습니다.
브라질 인도뿐 아니라 동남아시아 등 신흥국과 유럽 등 관심 지역은 다양합니다. 현재 논의 중인 딜을 공개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성과를 내놓을 수 있을 겁니다.”
▶내년 사업 계획은 어떻게 세웠는지 궁금합니다.
“초대형 IB의 등장으로 기업금융 분야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겁니다. 부동산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도 크고요. 그런 상황에서는 무리한 조건의 딜도 많이 쏟아져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말 어려울 때 진정한 ‘선수’가 가려지죠. 시장이 좋을 때는 실력에 관계없이 누구나 어느 정도의 수익은 냅니다. 힘든 상황을 맞아봐야 선택과 집중의 효과가 빛을 발하고 차별화된 능력이 돋보일 수 있습니다.
부동산금융에서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한편으로는 부동산에서 생길 수 있는 공백을 채우기 위해 다양한 분야로 관심을 넓혀갈 계획입니다. 자본이 늘어난 만큼 트레이딩에도 무게가 실리겠죠. 시장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메리츠종금증권만의 강점이 돋보일 수 있는 한 해가 될 것입니다. 기회가 올 때 놓치지 않아야죠.”
▶메리츠종금증권이 초대형 IB가 되는 시점은 언제쯤일까요.
“일단 종투사로 올라선 만큼 종금업 라이선스가 만료되더라도 현재 진행 중인 사업에 큰 영향은 없습니다. 어떻게 회사가 더 성장하느냐에 초점을 둘 겁니다. 매년 내고 있는 순이익을 쌓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자기자본 4조원에도 도달하겠지만 그것 역시 하나의 과정일 뿐입니다.
영업용순자본비율(NCR) 및 레버리지비율 여력이 충분하고 현재로서도 하고자 하는 사업을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자기자본을 앞세운 덩치 키우기 경쟁에 휘말리기보다 수익성이 가장 뛰어난 회사, 자기자본이익률(ROE)이 가장 높은 회사가 되는 게 목표입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