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이 지난 8월 선보인 2018년형 말리부 / 사진=박상재 기자
한국GM이 지난 8월 선보인 2018년형 말리부 / 사진=박상재 기자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수요층이 가장 두터운 곳은 중형 세단급이다. 그만큼 완성차 업체는 주도권을 쥐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GM의 경우 중형 세단 말리부를 앞세워 시장 내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엔진 배기량을 낮추면서 성능(출력)은 유지하는 다운사이징 기술은 소비자 사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최근 연식 변경을 한 ‘2018년형 말리부 1.5 터보’(사진)를 타봤다. 서울 당산동에서 강원 인제를 왕복하는 약 340㎞ 구간을 달렸다. 경제성을 갖추면서도 정숙하고 넉넉한 실내 공간이 인상적이었다.

시승은 세팅을 바꾼 엔진의 성능을 체험하는 데 무게를 뒀다. 2018년형 말리부 1.5 터보는 새 엔진제어장치(ECU) 소프트웨어를 적용하고 구성부품을 변경해 ‘저공해 인증’을 받았다.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었다. 계기판 바늘들이 한 바퀴 돌아가며 맞이한다. 엔진 소음이 잠깐 커졌지만 금세 조용해졌다.

가속 페달을 밟았더니 잔잔한 물 위를 미끄러지듯 나아갔다. 특히 부드러운 엔진 회전 질감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시속 100㎞ 넘게 속도를 높였다. 바닥에 착 달라붙어 달리는 듯 안정적이었다. 엔진이 앞쪽에 있지만 무게 중심이 나쁘지 않았다. 차체 강성은 향상시키고 구석구석 몸무게를 줄인 덕분이다.

배기량이 낮아 굼뜰 것이란 예상과 달리 무난한 달리기 실력을 발휘했다. 파워트레인(동력계통)은 균형을 이뤘다.

다만 고속도로 구간에선 추월 시 가속력이 부족했다. 이따금 나타나는 터보 래그(turbo lag)는 실제 가속 시점이 꽤 느려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가속 페달을 꽉 밟으면 ‘부웅’ 하는 소음이 들려올 뿐 속도계 바늘은 움직임이 별로 없었다.

2018년형 말리부 1.5 터보에 얹은 엔진은 최고 출력 166마력, 최대 토크 25.5㎏·m의 성능을 낸다.
한국GM이 지난 8월 선보인 2018년형 말리부 / 사진=박상재 기자
한국GM이 지난 8월 선보인 2018년형 말리부 / 사진=박상재 기자
시승하는 동안 매력을 느낀 건 높은 경제성이었다. 중형 세단의 넉넉한 실내 공간을 유지비 부담이 적은 엔진 배기량으로 누릴 수 있다.

서울·경인 지역 지하철 환승 주차장과 공항 주차장 50% 할인 등 저공해 인증 혜택은 소비자들의 부담을 덜어준다.

실제 실내 공간은 매우 조용하고 안락했다. 빠르게 달려도 바람이 차를 긁고 갈 때 나는 풍절음이 크지 않았다. 동승자와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이야기가 가능할 정도로 조용했다. 루프(지붕) 라인이 낮아 뒷좌석 탑승자의 머리 위 공간이 좁은 건 아쉬운 점이다.

서울에서 인제를 오갔지만 연료 계기판 눈금은 여유가 있었다. 급가속을 반복했는데도 연비는 L당 11.0㎞를 기록했다. 공식 복합연비(19인치 휠 기준)는 12.2㎞/L이며 연료탱크 용량은 62L다.

2018년형 말리부의 판매 가격은 2388만~3368만원이다. 한국GM은 올연말 공격적인 판촉 활동을 벌이는 등 판매 실적 회복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GM이 지난 8월 선보인 2018년형 말리부 / 사진=박상재 기자
한국GM이 지난 8월 선보인 2018년형 말리부 / 사진=박상재 기자
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