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거리 칩샷의 핵심은 머리 고정이다. 이정은이 한 여성 골퍼의 어프로치 자세를 잡아주고 있다.  고양=이관우 기자
짧은 거리 칩샷의 핵심은 머리 고정이다. 이정은이 한 여성 골퍼의 어프로치 자세를 잡아주고 있다. 고양=이관우 기자
“오른쪽으로 휜 도그레그(dog-leg) 홀이면 티잉그라운드의 오른쪽에서 티를 꽂고 치는 게 유리해요. 공간이 넓은 왼쪽 페어웨이를 노려 미스샷 확률을 줄이자는 거죠.”

8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 올림픽CC.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2017시즌 ‘대세’ 이정은6(21·토니모리)가 ‘티잉그라운드 활용법’으로 원포인트 레슨을 시작하자 스마트폰을 든 아마추어 골퍼들의 손길이 분주해졌다. 올 시즌 최다승(4승)과 상금왕, 대상, 최저평균타수상 등 주요부문 상과 베스트플레이어상에 인기상까지 휩쓴 6관왕의 ‘비법’을 놓치지 않기 위해 팬들은 쉴 새 없이 셔터를 눌렀다.

잦은 뒤땅이 고민이라는 한 여성 골퍼에게 내려진 처방은 다운스윙 때 오른쪽 어깨를 떨구지 말라는 주문이었다. “클럽을 끌고 내려오는 건 팔이지 어깨가 아니에요. 오른쪽 어깨가 왼쪽 어깨가 있던 자리로 수평으로 회전해야지 뒤땅이 안 나거든요.”

백스윙이 너무 커 문제라는 또 다른 팬에게 그는 “클럽을 들어올릴 때 명치가 계속 땅을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을 가져보면 오버스윙 문제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레슨을 받은 최경아 씨(45)는 “스윙을 쓱 보기만 해도 문제점을 콕 집어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폴로 스루와 피니시 동작이 어렵다는 한 남자 골퍼에겐 “임팩트 이후에 왼쪽에서 벌어지는 일에는 아예 신경을 쓰지 말라”고 권했다. 다운스윙만 제대로 하면 나머지는 다 저절로 만들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체중 이동이 안 된다는 고민에는 “확실히 오른쪽으로 가지 못하니까 왼쪽으로 오지도 못하는 것”이라고 진단한 뒤 “오른쪽 무릎을 고정시킨 채 오른쪽 허벅지와 엉덩이 연결 부위(고관절)를 접으면서 백스윙을 하면 체중 이동이 좀 더 쉽다”고 처방했다.

이어진 어프로치 레슨에서는 꼭 지켜야 할 기본 세 가지를 강조했다. 우선 어드레스 때 왼발과 오른발에 배분한 체중 비율을 스윙 내내 유지하는 일이다. “정확한 거리감이 중요하기 때문에 과도한 체중 이동이 필요없다”는 설명이다. 체중 분배 비율이 어프로치 스윙 도중 변하면 뒤땅이나 토핑이 잘 난다고 그는 덧붙였다.

어프로치샷에서 자주 터져나오는 ‘섕크(shank)’를 원천적으로 방지하려면 머리 고정이 필수라는 게 그의 조언. 세 번째는 한없이 부드러운 스윙이다. 그는 “백스윙의 크기와 헤드 무게로만 공을 타격하라”며 “어프로치만큼은 마치 아기 다루듯 부드러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짧은 클럽을 부드럽게 다루는 법도 곁들였다. 공에 가까이 서되 클럽 헤드를 평소보다 세워서 어드레스하는 것이 좋다는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퍼팅. 그는 “의외로 퍼팅할 때 에이밍을 잘 못하는 아마추어가 많다”며 “양발의 앞발가락 끝 선이 홀과 공을 연결한 선과 평행되게 잘 맞추지 못하면 당겨지거나 밀리는 퍼팅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스트로크 교정에 신경쓰기보다 더 큰 원인을 먼저 치료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정은의 원포인트 레슨은 한국체육대의 스포츠 스타 재능기부 프로그램 일환으로 마련됐다. 한체대는 골프 외에도 2018 평창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대표 심석희,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펜싱 금메달리스트 박상영 등 학교 소속 스포츠 스타의 원포인트 레슨도 재능 기부 형식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김성조 한국체대 총장은 “스포츠 스타의 노하우를 전수하고 생활체육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다양한 만남의 장을 열어가겠다”고 말했다.

고양=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