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보그맘’에서 인공지능 로봇 연구자 최고봉 역을 연기한 배우 양동근(38)은 이같이 말했다. 극 중 최고봉은 아이를 낳다 아내가 죽은 뒤 홀로 아들을 키우기 위해 분투하는 인물. 양동근은 현재 다섯 살 아들, 세 살 딸, 17개월 된 막내아들 등 세 아이를 키운다. 결혼 전 ‘자유로운 영혼’으로 불리는 연기파 배우이자 개성 강한 뮤지션이었던 양동근이라 ‘평범한 아빠’의 삶은 뜻밖이다.
“아이를 키우다 보니 정신적, 육체적, 재정적 고충이 한꺼번에 왔어요. ‘생계형 배우’가 됐죠. 이제는 배우 양동근이 아니라 ‘가장 양동근’으로서 연기를 하는 거예요.”
그는 작품을 선택할 때도 육아가 최우선이 됐다고 조금은 너스레를 떨었다. 양동근은 “내가 이 작품에 연기 혼을 담아야지 하는 생각보다는 ‘이번 달 카드값을 낼 수 있으면 하겠다’는 마음가짐”이라며 “그렇게 닥치는 대로 작품을 하게 됐다”고 웃었다.
그 과정에선 고민이 많았던 모양이다. 그는 ‘보그맘’을 하기 전까지 배우와 가장 사이에서 심한 갈등을 느꼈다고 했다. 30년간 연기를 하면서 쌓은 것을 일정 부분 포기하기가 힘들었던 것. 양동근은 “이제는 배우로서의 삶보다 가장으로서의 삶이 내 인생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한다는 걸 깨달았다”며 홀가분한 표정을 지었다. 지난해까지 가수 활동도 활발히 펼친 양동근은 음악도 잠시 내려놓았다.
“음악 작업은 혼자 하는 겁니다. 온전히 거기에 빠져서 집중해야 하는데 아이들이 돌아다니고 아내가 부르면 전혀 할 수 없어요. 최근에 싱글을 몇 개 발표했는데 음악이 예전 같지 않았죠. 지금은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것으로 만족하고 재정비하는 기간을 갖는 거라고 생각해요.”
많은 것을 포기하고도 그는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해 보였다. 진지한 이야기를 하다가도 아이들 이야기만 나오면 얼굴에 웃음꽃이 절로 번졌다.
“아이들 돌보면서 드라마 대본 외우고 1주일에 두 번 촬영까지 가면 정말 힘들 때가 많습니다. 그래도 계속 힘을 낼 수 있는 이유는 딱 한 가지, 아이들 때문이에요. 아무리 지치고 힘들어도 아이가 한 번 웃으면 싹 잊게 됩니다. 그때는 내 안에서 슈퍼맨 같은 능력이 나오지 않나 싶어요.”
이은진 한경텐아시아 기자 dms3573@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