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달 29일 미사일 도발을 한 뒤 미국과 대화하고 싶다는 뜻을 거듭 밝히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7일(현지시간)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외무장관 회의 장소인 오스트리아 빈에서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과 양자 회담을 한 뒤 기자들에게 “우리는 북한이 미국과 자국의 안전보장에 대해 대화하길 원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우리는 이를 지원하고 그러한 협상에 참여할 준비가 돼 있다”며 “틸러슨 장관과 미국 동료들이 (북한의 희망에 관한) 우리의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북한이 미국에 대화 신호를 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최근 평양을 방문한 비탈리 파쉰 러시아 하원 의원은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해주는 것을 전제로 미국과 직접 협상에 나설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고리 모르굴로프 러시아 외무차관도 지난 5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포럼에서 “북한은 미국과 직접 대화를 바란다”고 전했다.

미국은 북한의 이 같은 제안에 즉각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대화의 전제 조건으로 북한의 핵 포기를 요구하고 있다.

북핵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인 조셉 윤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이날 워싱턴DC에서 특파원들과 만나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도발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60일 플랜’은 유효하다고 밝혔다. 윤 대표는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중단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뒤 60일간 도발을 중단한다면 북한과 대화할 수 있다”며 “말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도발 중단이 이어지더라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지난달 29일 ‘화성-15형’ 미사일 발사 전까지 70일 넘게 도발을 중단했다. 하지만 미국은 이런 움직임을 북한의 대화 제의 신호로 해석하지 않았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