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이 8일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를 찾아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과 대화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이 8일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를 찾아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과 대화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의 면담에서 다음주부터 ‘기업인과의 대화’를 시작하겠다고 한 것은 일자리 창출과 혁신성장을 위해선 벤처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함께 나서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날 면담도 기재부가 먼저 요청해 성사됐다. 지난달 16일 박 회장은 정부서울청사를 방문해 김 부총리에게 ‘최근 경제 현안에 대한 전문가 제언’을 전달했다. 이날 면담은 박 회장에 대한 ‘답방’ 차원에서 마련됐다는 게 기재부 설명이다. 김 부총리는 이날 박 회장에게 “정책건의서를 모든 국무위원에게 전달하고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읽어볼 것을 건의했다”며 “잘 검토해서 적극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면담을 마치고 나오면서도 “혁신성장은 내년 경제정책 방향에서 일자리 문제와 함께 가장 중요한 요소이며, 무엇보다 기업이 혁신성장의 중요한 축”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들이 혁신의 한 축으로 참여해 주고 일자리 문제도 협조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강조했다.

기업인과의 대화는 다양한 형태로 진행될 예정이다. 우선 개별 기업의 혁신 현장을 김 부총리가 방문할 계획이다. 신재생 산업이나 전통 제조업 등 산업군별로 기업인을 만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김 부총리가 대기업의 투자·고용을 확대하기 위해 직접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기로 했다”며 “재계 의견을 토대로 각종 규제를 비롯해 기업 경영의 현실적인 제약을 풀어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재계와 간극 좁히기 나선 김동연 "대기업은 혁신성장 중요 축"
경제수장인 김 부총리가 기업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기로 한 데는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법인세 인상 등 정부가 기업인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는 비판에 대한 부담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일 김 부총리 주재로 열린 ‘2018 경제정책방향 토론회’에서 기재부 간부들은 반(反)기업적 정책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정부가 경제 활성화를 위해 기업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의견도 이어졌다.

실제 기업 규제 정책이 잇따르면서 고용시장도 위축되고 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중소기업의 일자리는 32만 개 늘어난 반면 대기업은 9만 개 줄었다. 전체 일자리도 0.9%(22만 개) 증가하는 데 그치며 2015년(2.1%)에 비해 증가폭이 절반 이하로 내려앉았다. 올 들어서도 줄곧 30만~40만 명대를 유지하던 취업자 수 증가가 지난 10월 27만9000명으로 내려앉았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정부가 입으로는 혁신성장, 일자리 창출을 외치지만 실제 경영환경은 이와 반대로 가고 있다”며 “현 상황에서 대기업이 취업 문을 넓히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 6일 22%인 법인세 최고세율을 25%로 높이는 세제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했고, 근로시간 단축 논의 역시 정치권에서 진통을 겪고 있다. 내년부터 당장 최저임금이 16.4% 오르는데 최저임금을 산정하는 기준 변경에 대한 입법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는 지난 7월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면서 이로 인한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최저임금 산입 범위(산정 기준)를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고재연/임도원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