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인연' 맺어주는 신사 지나면… 시마네현의 시네마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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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다르게 즐기는 일본 여행 (3) 시마네현
시마네현은 한국인에게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곳이다. 엔무스비(인연)의 고장답게 곳곳에서 달콤한 사랑의 향기가 넘쳐난다. 한편으로는 독도를 ‘다케시마(竹島)’라고 부르며 자신의 현으로 편입시켜 원성을 사기도 한다.
정치인들이 독도를 정략적으로 이용해도 시마네현에 사는 일본인들은 소박하고 친절하다.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정이 많은 사람들이다. 산인(山陰)지역의 중심 시마네를 여행하면 시네마(영화)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인연을 맺어주는 신사 이즈모타이샤
엔무스비 도시의 상징은 이즈모타이샤(出雲大社)다. 시마네현 중심인 이즈모 지역에 있는 이즈모타이샤는 일본에서도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거대한 신사다. 신사로 들어가는 입구에 세워진 도리는 무려 23m나 된다. 1915년에 세워진 이 도리는 이즈모타이샤 경내의 오도리와 함께 일본 최대 규모로 본전 크기에 맞춰 건립됐다. 소박한 주변 마을 풍경에 육중함이 대조를 이룬다. 이즈모타이샤로 들어가는 입구는 소나무와 삼나무 등 다양한 침엽수림이 질서정연하게 세워져 있다. 이즈모타이사는 2000년 전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서인 고사기(古事記)에도 등장할 정도로 오랜된 신사다. 일본 건국 신화의 주인공인 아마테라스 오미카미의 후손인 스사노오노미코토(신라인이었다고 한다)를 모셨다 하여 일본 고대 역사가 탄생했다는 설화도 있다.
매년 음력 10월이면 일본 전국 800만이나 되는 신이 이즈모타이샤에 모여 ‘인연’에 관한 회의를 한다. 일본 각 지방 신사에 있는 신들이 모두 이즈모타이샤로 갔으니 당연히 10월은 신이 없는 달이 됐다. 이 때문에 일본에서는 10월에 혼담을 피하는 풍습이 생겼다고 한다. 하지만 인연의 신을 모신 이즈모타이샤는 행복을 빌며 남녀 간의 인연을 맺어주는 다이코큐쥬신, 행복의 신 오오쿠니누시노 오오카미 등 인연을 관장하는 신들이 모두 모인 관계로 사랑이 넘쳐났다. 이즈모타이샤 주변이 영화 드라마의 인연이나 결혼에 관한 배경지가 된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6개월간 무려 1000명의 사람이 제작한 금줄
일본 국보로 지정된 이즈모타이샤 본전은 24m로 일본 신사 중 최고 높이다.
신사의 본전은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신사 건축 양식인 다이샤즈쿠리 양식으로 지어져 국보로 지정됐다. 이즈모타이샤 본전 내부에는 길이 13.5m, 두께 8m, 무게 4.5t의 시메나와(금줄)가 있다. 시메나와를 만들기 위해 6개월간 1000명의 사람이 제작에 참여했다. 이즈모타이샤의 ‘인연의 거리’에는 일본의 주요 관광지 입구처럼 기념품과 음식점들이 즐비하다. 이즈모타이샤 근처 킷초칸은 이즈모의 토속신앙과 마쓰리(축제)에 쓰이는 물품들을 전시했다. 이즈모타이샤의 고대 모습을 재현한 모형이 있어 옛 모습을 느낄 수 있다. 킷초칸 부근에는 이즈모 고대신화를 주제로 조각한 큰 벽이 있다. 이난쵸 54번 국도에는 일본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이즈모타이샤의 시메나와를 제작한 공방인 오오시메나와 창작관이 있다. 시메나와 제작 기술과 전통을 계승하기 위한 공간이다. 창작관 관람뿐만 아니라 장인들과 함께 직접 금줄 만들기 체험을 할 수도 있다.
원형 그대로 천수각이 보존된 마쓰에 성
시마네현 마쓰에시에 있는 마쓰에 성은 구마모토 성, 히메지 성처럼 규모가 우람하지도 않고 명성도 없지만 고아한 분위기가 일품이다. 1611년 건립된 마쓰에성은 해체와 재건축을 거치지 않은 원형 그대로의 천수각이 자랑거리다. 일본에 수없이 많은 성이 있지만 원형이 그대로 남아 있는 천수각은 마쓰에 성을 비롯해 12개에 불과하다. 메이지 시대 초기 지방 토호들의 세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지방에 있는 성들을 철거했지만 마쓰에 성은 지역 주민의 노력으로 원형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한다. 마쓰에의 천수각은 밖에서 보기에는 5층이지만 안에 들어가면 6단으로 돼 있다. 화재에 강한 오동나무로 만든 천수각은 군사적으로는 요새나 망루 기능에 충실하다. 천수각 내부는 박물관이다. 마쓰에 성의 번주였던 마쓰다이라 가문의 갑옷과 검을 비롯해 군사들이 사용하던 우물과 갑옷 투구 등이 전시돼 있다. 천수각 최상층에 올라가면 마쓰에 시내가 한눈에 보인다. 가을이면 주변에 울긋불긋 낙엽천지가 되는데 그 모습이 성과 어울려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마쓰에 성을 둘러싸고 있는 호리카와강은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성 밖 주변을 빙 돌아 수로를 팠다. 길이만도 무려 2.3㎞에 이른다. 원래는 물자 수송을 위한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마쓰에 성 주변 풍경을 볼 수 있는 유람선 코스로 인기가 높다. 모두 16개에 이르는 다리를 통과해 한 바퀴를 도는 데 50분 정도 걸린다. 10명 정도가 탈 수 있는 유람선은 특이하게도 여자 사공이 운전하는데 가이드를 겸해 주변 시설을 설명해준다.
유람선을 타고 해자를 따라가면 시오미나와테 전통거리도 볼 수 있다. 일본의 길 100선에 꼽히기도 한 이 거리는 무사들이 살았다고 한다. 유람선을 타고 가다 보면 높이가 아주 낮은 다리를 통과해야 하는데 모든 승선객이 고개를 바짝 숙여야 한다. 강 주변에는 이름 모를 꽃들이 수줍게 인사를 나눈다.
은광 흔적 남은 온천 도시 오다시
시마네현의 오다시(大田市)는 중부에 있는 작은 소도시다. 우리나라의 대전과 한자어 표기까지 같다. 일찍부터 은광맥과 은산업으로 도시가 발전한 덕분에 부유한 지역이었고, 은 채굴이 끝난 지금은 관광지로 발전해 많은 여행자가 이곳을 찾고 있다.
이곳에서는 은을 채굴했던 갱도가 그대로 남아 있어 일종의 갱도 투어를 할 수 있다. 그중 류겐지마부는 최대 규모의 은광으로 하루 네 번 견학할 수 있다. 이와미은광 세계유산센터와 자료관에서는 이곳에 관련한 자료를 관람할 수 있다. 오다는 온천마을로도 유명하다. 세계 최초로 세계 유산에 등록된 온천마을이기도 한 유노쓰온천마을은 1300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나트륨천, 칼슘염화천 등의 효능을 가진 보양 온천으로 당뇨병, 신경통 등 만병에 효과가 있어 많은 사람이 이곳을 찾고 있다.
이곳은 마치 옛 일본의 거리가 연상되듯 차량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비좁다. 거리 양쪽으로 일본 전통식 여관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야외 온천도 매력적이다. 유노쓰온천의 야외 온천은 두 곳 모두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원천에서 끌어올린 온천수를 사용하고 있다.
한 폭의 동양화 아다치미술관
아다치미술관은 1970년 가을 일본 기업인 아다치 젠코(足立全康)가 개관한 개인 미술관이다. 질과 양에서 일본 제일의 화가로 알려진 요코야마 다이칸의 작품을 130여 점 가까이 소장하고 있다. 이외에도 다케우치 세이호 우에무라 쇼엔 등 근대 일본 화단의 거장이라 할 수 있는 화가의 작품을 다수 소장하고 있다. 아다치미술관이 유명한 것은 단지 유명 화가의 작품 때문만은 아니다. 자타가 ‘일본 최고의 정원’으로 공인한 정원이 있기 때문이다.
16만5000㎡(약 5만 평)에 이르는 광대한 정원은 모두 6개 구역으로 나뉘어 있으며 아다치 젠코가 별세하기 전까지 일본 전역에서 소나무와 돌 등을 수집해 정원을 꾸몄다. 정원 밖 산과 나무 등 자연물을 정원 풍경의 배경으로 하는 차경(借景) 기법을 사용했다.
이 정원만 구경하기 위해 관광객이 몰릴 정도로 명성이 높다. 정원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이끼정원인 태정이 보인다. 창문이 마치 하나의 액자로 보일 정도로 독특한 풍경을 연출한다. 고산수정은 아다치 미술관의 메인 정원이다. 정원 중앙에 있는 돌은 폭포를 이미지화한 것으로 산과 폭포와 물이 흐르는 풍경을 고스란히 담았다.
정원 뒤쪽으로 멀리 구학폭포가 보인다. 높이 15m의 폭포가 시원하게 떨어지는 모습이 일품이다. 정원을 돌다 보면 건너편 쪽으로 작은 벽이 뚫려 있고, 그 너머로 보이는 풍경이 마치 족자 같기도 하고 작은 산수화를 보는 것 같다. 사람들이 지나갈 때면 그조차 작품이 되니 살아있는 족자인 셈이다. 아다치 정원의 절정은 백사청송정. 요코아마 다이칸의 명작인 ‘백사청송’의 분위기를 섬세하게 표현한 정원이라고 한다.
정원을 보고 나면 요코하마 다이칸의 실제 작품과 동화작가 하야시 요시의 그림도 볼 수 있다.
여행메모
시마네현에서 꼭 먹어봐야 할 음식은 바로 ‘이즈모 소바’다. 소바는 일본 곳곳에서 맛을 볼 수 있지만 이즈모 소바는 일반적인 소바와는 맛이 다르다. 껍질째 빻아 가루를 내기 때문에 색이 짙고 향이 깊으며 쫄깃한 게 특징이다. 나가노현의 ‘도가쿠 시 소바’, 이와테현의 ‘완코 소바’와 함께 일본의 3대 소바로 불릴 정도로 맛이 좋다.
마쓰에 성 입장료는 600엔. 마쓰에 성 주변을 도는 유람선은 성인 1200엔. 유람선은 15분 간격으로 움직인다.
승선 장소는 모두 세 곳으로 마쓰에 호리카와 후레아이광장(구로다쵸)과 가라코로광장(교미세), 오테마에광장(도노마치)이다. 관람시간은 약 50분.
시마네=글·사진 이솔 여행작가 leesoltour@naver.com
인연을 맺어주는 신사 이즈모타이샤
엔무스비 도시의 상징은 이즈모타이샤(出雲大社)다. 시마네현 중심인 이즈모 지역에 있는 이즈모타이샤는 일본에서도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거대한 신사다. 신사로 들어가는 입구에 세워진 도리는 무려 23m나 된다. 1915년에 세워진 이 도리는 이즈모타이샤 경내의 오도리와 함께 일본 최대 규모로 본전 크기에 맞춰 건립됐다. 소박한 주변 마을 풍경에 육중함이 대조를 이룬다. 이즈모타이샤로 들어가는 입구는 소나무와 삼나무 등 다양한 침엽수림이 질서정연하게 세워져 있다. 이즈모타이사는 2000년 전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서인 고사기(古事記)에도 등장할 정도로 오랜된 신사다. 일본 건국 신화의 주인공인 아마테라스 오미카미의 후손인 스사노오노미코토(신라인이었다고 한다)를 모셨다 하여 일본 고대 역사가 탄생했다는 설화도 있다.
매년 음력 10월이면 일본 전국 800만이나 되는 신이 이즈모타이샤에 모여 ‘인연’에 관한 회의를 한다. 일본 각 지방 신사에 있는 신들이 모두 이즈모타이샤로 갔으니 당연히 10월은 신이 없는 달이 됐다. 이 때문에 일본에서는 10월에 혼담을 피하는 풍습이 생겼다고 한다. 하지만 인연의 신을 모신 이즈모타이샤는 행복을 빌며 남녀 간의 인연을 맺어주는 다이코큐쥬신, 행복의 신 오오쿠니누시노 오오카미 등 인연을 관장하는 신들이 모두 모인 관계로 사랑이 넘쳐났다. 이즈모타이샤 주변이 영화 드라마의 인연이나 결혼에 관한 배경지가 된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6개월간 무려 1000명의 사람이 제작한 금줄
일본 국보로 지정된 이즈모타이샤 본전은 24m로 일본 신사 중 최고 높이다.
신사의 본전은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신사 건축 양식인 다이샤즈쿠리 양식으로 지어져 국보로 지정됐다. 이즈모타이샤 본전 내부에는 길이 13.5m, 두께 8m, 무게 4.5t의 시메나와(금줄)가 있다. 시메나와를 만들기 위해 6개월간 1000명의 사람이 제작에 참여했다. 이즈모타이샤의 ‘인연의 거리’에는 일본의 주요 관광지 입구처럼 기념품과 음식점들이 즐비하다. 이즈모타이샤 근처 킷초칸은 이즈모의 토속신앙과 마쓰리(축제)에 쓰이는 물품들을 전시했다. 이즈모타이샤의 고대 모습을 재현한 모형이 있어 옛 모습을 느낄 수 있다. 킷초칸 부근에는 이즈모 고대신화를 주제로 조각한 큰 벽이 있다. 이난쵸 54번 국도에는 일본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이즈모타이샤의 시메나와를 제작한 공방인 오오시메나와 창작관이 있다. 시메나와 제작 기술과 전통을 계승하기 위한 공간이다. 창작관 관람뿐만 아니라 장인들과 함께 직접 금줄 만들기 체험을 할 수도 있다.
원형 그대로 천수각이 보존된 마쓰에 성
시마네현 마쓰에시에 있는 마쓰에 성은 구마모토 성, 히메지 성처럼 규모가 우람하지도 않고 명성도 없지만 고아한 분위기가 일품이다. 1611년 건립된 마쓰에성은 해체와 재건축을 거치지 않은 원형 그대로의 천수각이 자랑거리다. 일본에 수없이 많은 성이 있지만 원형이 그대로 남아 있는 천수각은 마쓰에 성을 비롯해 12개에 불과하다. 메이지 시대 초기 지방 토호들의 세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지방에 있는 성들을 철거했지만 마쓰에 성은 지역 주민의 노력으로 원형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한다. 마쓰에의 천수각은 밖에서 보기에는 5층이지만 안에 들어가면 6단으로 돼 있다. 화재에 강한 오동나무로 만든 천수각은 군사적으로는 요새나 망루 기능에 충실하다. 천수각 내부는 박물관이다. 마쓰에 성의 번주였던 마쓰다이라 가문의 갑옷과 검을 비롯해 군사들이 사용하던 우물과 갑옷 투구 등이 전시돼 있다. 천수각 최상층에 올라가면 마쓰에 시내가 한눈에 보인다. 가을이면 주변에 울긋불긋 낙엽천지가 되는데 그 모습이 성과 어울려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마쓰에 성을 둘러싸고 있는 호리카와강은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성 밖 주변을 빙 돌아 수로를 팠다. 길이만도 무려 2.3㎞에 이른다. 원래는 물자 수송을 위한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마쓰에 성 주변 풍경을 볼 수 있는 유람선 코스로 인기가 높다. 모두 16개에 이르는 다리를 통과해 한 바퀴를 도는 데 50분 정도 걸린다. 10명 정도가 탈 수 있는 유람선은 특이하게도 여자 사공이 운전하는데 가이드를 겸해 주변 시설을 설명해준다.
유람선을 타고 해자를 따라가면 시오미나와테 전통거리도 볼 수 있다. 일본의 길 100선에 꼽히기도 한 이 거리는 무사들이 살았다고 한다. 유람선을 타고 가다 보면 높이가 아주 낮은 다리를 통과해야 하는데 모든 승선객이 고개를 바짝 숙여야 한다. 강 주변에는 이름 모를 꽃들이 수줍게 인사를 나눈다.
은광 흔적 남은 온천 도시 오다시
시마네현의 오다시(大田市)는 중부에 있는 작은 소도시다. 우리나라의 대전과 한자어 표기까지 같다. 일찍부터 은광맥과 은산업으로 도시가 발전한 덕분에 부유한 지역이었고, 은 채굴이 끝난 지금은 관광지로 발전해 많은 여행자가 이곳을 찾고 있다.
이곳에서는 은을 채굴했던 갱도가 그대로 남아 있어 일종의 갱도 투어를 할 수 있다. 그중 류겐지마부는 최대 규모의 은광으로 하루 네 번 견학할 수 있다. 이와미은광 세계유산센터와 자료관에서는 이곳에 관련한 자료를 관람할 수 있다. 오다는 온천마을로도 유명하다. 세계 최초로 세계 유산에 등록된 온천마을이기도 한 유노쓰온천마을은 1300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나트륨천, 칼슘염화천 등의 효능을 가진 보양 온천으로 당뇨병, 신경통 등 만병에 효과가 있어 많은 사람이 이곳을 찾고 있다.
이곳은 마치 옛 일본의 거리가 연상되듯 차량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비좁다. 거리 양쪽으로 일본 전통식 여관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야외 온천도 매력적이다. 유노쓰온천의 야외 온천은 두 곳 모두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원천에서 끌어올린 온천수를 사용하고 있다.
한 폭의 동양화 아다치미술관
아다치미술관은 1970년 가을 일본 기업인 아다치 젠코(足立全康)가 개관한 개인 미술관이다. 질과 양에서 일본 제일의 화가로 알려진 요코야마 다이칸의 작품을 130여 점 가까이 소장하고 있다. 이외에도 다케우치 세이호 우에무라 쇼엔 등 근대 일본 화단의 거장이라 할 수 있는 화가의 작품을 다수 소장하고 있다. 아다치미술관이 유명한 것은 단지 유명 화가의 작품 때문만은 아니다. 자타가 ‘일본 최고의 정원’으로 공인한 정원이 있기 때문이다.
16만5000㎡(약 5만 평)에 이르는 광대한 정원은 모두 6개 구역으로 나뉘어 있으며 아다치 젠코가 별세하기 전까지 일본 전역에서 소나무와 돌 등을 수집해 정원을 꾸몄다. 정원 밖 산과 나무 등 자연물을 정원 풍경의 배경으로 하는 차경(借景) 기법을 사용했다.
이 정원만 구경하기 위해 관광객이 몰릴 정도로 명성이 높다. 정원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이끼정원인 태정이 보인다. 창문이 마치 하나의 액자로 보일 정도로 독특한 풍경을 연출한다. 고산수정은 아다치 미술관의 메인 정원이다. 정원 중앙에 있는 돌은 폭포를 이미지화한 것으로 산과 폭포와 물이 흐르는 풍경을 고스란히 담았다.
정원 뒤쪽으로 멀리 구학폭포가 보인다. 높이 15m의 폭포가 시원하게 떨어지는 모습이 일품이다. 정원을 돌다 보면 건너편 쪽으로 작은 벽이 뚫려 있고, 그 너머로 보이는 풍경이 마치 족자 같기도 하고 작은 산수화를 보는 것 같다. 사람들이 지나갈 때면 그조차 작품이 되니 살아있는 족자인 셈이다. 아다치 정원의 절정은 백사청송정. 요코아마 다이칸의 명작인 ‘백사청송’의 분위기를 섬세하게 표현한 정원이라고 한다.
정원을 보고 나면 요코하마 다이칸의 실제 작품과 동화작가 하야시 요시의 그림도 볼 수 있다.
여행메모
시마네현에서 꼭 먹어봐야 할 음식은 바로 ‘이즈모 소바’다. 소바는 일본 곳곳에서 맛을 볼 수 있지만 이즈모 소바는 일반적인 소바와는 맛이 다르다. 껍질째 빻아 가루를 내기 때문에 색이 짙고 향이 깊으며 쫄깃한 게 특징이다. 나가노현의 ‘도가쿠 시 소바’, 이와테현의 ‘완코 소바’와 함께 일본의 3대 소바로 불릴 정도로 맛이 좋다.
마쓰에 성 입장료는 600엔. 마쓰에 성 주변을 도는 유람선은 성인 1200엔. 유람선은 15분 간격으로 움직인다.
승선 장소는 모두 세 곳으로 마쓰에 호리카와 후레아이광장(구로다쵸)과 가라코로광장(교미세), 오테마에광장(도노마치)이다. 관람시간은 약 50분.
시마네=글·사진 이솔 여행작가 leesoltou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