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가상화폐 시장과 기술의 건전한 발전 꾀해야
한국에서 가상화폐 혹은 암호화폐 시장에 뛰어든 사람이 15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그러나 암호화폐를 단순한 투자 또는 투기 대상으로만 여길 뿐 어떤 체계로 운영되는지, 어떻게 활용되는지에 대해선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암호화폐에 대한 접근 방식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기술적 접근과 산업적 접근, 제도적 접근이다. 기술적 접근은 암호화폐의 근간인 블록체인 기술의 발전과 활용 방안을 넓혀 나가는 것이다. 블록체인은 어떤 정보를 ‘블록’이라는 일정 구획에 저장하고, 정보가 추가 또는 변경됐을 때 또 다른 블록을 만들어 기존 블록에 이어 붙이는 기술을 말한다. 블록체인에 든 정보는 네트워크에 있는 모든 참여자가 공유한다. 블록체인은 ‘연결과 분산의 기술’이며 한 번 기록된 데이터는 위조나 변조가 어려운 특성이 있다.

그동안 블록체인 기술은 국제 송금, 소액 결제 등 주로 금융 분야에 쓰였다. 이제는 의료 데이터, 정부 행정서비스, 사물인터넷(IoT) 등으로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블록체인을 한층 더 보완·발전시킨 기술도 등장하고 있다. 블록체인의 기본 기능에 스마트계약 기능을 추가하거나 익명성을 한층 더 강화한 기술 등이다.

블록체인 기술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할 첨단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나 세계경제포럼(WEF)도 인정한다. 세계 초일류 기업과 선진국도 관심과 투자를 늘리고 있다.

산업적 접근은 암호화폐를 하나의 산업으로 인식해 관련 분야의 부가가치를 키워 나가는 방식이다. 건전한 투자 대상으로 활용 방안을 강구하는 것도 여기에 해당한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가상화폐공개(ICO)를 발전시킬 방법을 찾아야 한다. 투자자 보호라는 명분에 집착해 ICO를 금지하는 것은 새로운 투자 기법을 외면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도 건전하게 육성해야 한다. 일부 종목에 한정된 거래 대상을 넓혀 다양한 암호화폐가 거래되도록 해야 한다.

암호화폐를 기반으로 ‘암호경제(crypto economy)’란 개념도 나타나고 있다. 콘텐츠, 빅데이터, 기술, 자원, 상품, 서비스 등 모든 것을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를 기준으로 가치를 매기고 거래하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이다.

제도적 접근은 기존 법정화폐와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한편 투자자 보호 장치를 보다 정교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암호화폐는 이를 규율하는 법적·제도적 장치가 미흡하다. 과세 대상이 아니라는 점에 착안해 탈세 수단으로 이용하거나 익명성을 악용해 자금세탁 수단으로 쓰는 사례가 적지 않다. 더욱이 한국은 암호화폐를 금융의 한 분야가 아닌 통신판매업으로 분류해 취급한다. 그러다 보니 투자자 피해와 손실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발권력과 통화신용정책을 수행하는 중앙은행은 암호화폐를 인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암호화폐는 개인 대 개인(P2P) 네트워크와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탈(脫)중앙화라는 기치를 내걸고, 중앙은행 본연의 기능을 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앙은행이 이를 무시하기엔 암호화폐의 존재가 너무 커진 상황이다. 법정화폐와 암호화폐는 상호 보완 관계를 구축해 서로 도움이 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암호화폐가 법정화폐의 보완재 역할을 하며 상호 건전한 발전을 해 나가고, 블록체인 등 암호화폐가 선보인 새로운 기술이 인류의 미래를 한층 더 밝고 풍요롭게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이철환 < 전 금융정보분석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