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마지막 주부터 외국인의 ‘팔자’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달 27일 이후 10거래일간 이틀을 제외하고는 매일 주식을 팔아치워 순매도 규모가 2조원을 넘어섰다. 한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던 북한 핵미사일 이슈까지 다시 고개를 들면서 “외국인들의 ‘셀 코리아’ 흐름이 더욱 거세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셀 코리아' 영향 작은 우량 중소형주 담아볼까
◆심상치 않은 글로벌 자금 흐름

최근 2주간(11월27일~12월8일)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1671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2주간 누적 순매도 규모로는 올해 7월24일~8월4일(2조3504억원) 이후 최대다. 지난 4일과 5일을 빼고는 모두 자금을 빼내가면서 코스피지수는 이 기간 3.15% 떨어졌다.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판 종목은 시가총액 1위의 삼성전자로 순매도 금액이 1조3986억원에 달했다. 시총 2위 SK하이닉스(2156억원·순매도 순위 2위)와 상장지수펀드(ETF)인 KODEX200(1796억원·3위)의 순매도 규모도 컸다. “한국에 투자하는 글로벌 인덱스펀드에서 자금이 빠져나가자 시총 상위 종목들이 타격을 받았다”는 게 증권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글로벌 자금은 최근 들어 신흥국 증시에서 이탈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제시장조사기관인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에 따르면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6일까지 1주일간 글로벌신흥국시장(GEM) 펀드에선 1억7088만달러(약 1877억원)가 순유출됐다. 지난 8월9~16일에 2억5110만달러(약 2749억원)가 빠져나간 이후 최대 규모다. 신진호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에쿼티부문 대표는 “미국의 감세안 발표 등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신흥국시장 전반에서 자금을 빼고 있다”며 “한국 시장도 이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다만 “올 들어 이머징마켓으로 흘러들어온 자금이 빠져나간 돈보다 훨씬 많다는 점을 감안할 때 외국인들이 신흥국에서 본격적으로 발을 빼기 시작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많다. 연초 이후 지난 8일까지 주간 단위로 GEM펀드에서 자금이 빠져나간 건 다섯 번에 불과하다. 이 기간 동안 GEM펀드에 553억6143만달러(약 60조6207억원)가 순유입됐다.

◆포트폴리오 조정 필요

12~13일(현지시간)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선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를 인상할 게 확실시되고 있다. 신흥국 증시에서 자금이 빠져나갈 요인이 추가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수급에 영향을 덜 받는 주식 위주로 투자비중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는 종목은 4분기 실적 개선 기대가 큰 중소형주가 대표적이다. 외국인 투자비중이 작은 우량 중소형주들은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는 국면에서도 기관 자금이 유입되면서 조정장에서 선방하거나, 강세를 보이는 경향을 나타낸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업계 예상치 평균)가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중소형주 중엔 S&T모티브(전년 동기 대비 예상 증가율 2896.4%·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 292억원) 한진칼(1197.5%·218억원) 금호석유화학(156.0%·561억원) 등이 포함돼 있다. 휠라코리아(327억원) 비에이치(361억원) 테크윙(135억원) 등은 흑자전환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전문가는 “전체 투자자산 가운데 일부는 외국인이 돌아올 것에 대비해 외국인 지분율이 급격히 줄어든 유가증권시장 시총 순위 상위 종목들을 담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국 주식에 투자하는 글로벌 인덱스펀드 자금이 귀환하면 이들 종목에 먼저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LG이노텍(시총 74위)의 외국인 지분율은 최근 2주일 새 2.02%포인트 감소했다. 유가증권 시총 100위권 내 종목 중 가장 많이 줄어들었다. LG유플러스(51위·1.72%포인트 감소) 롯데쇼핑(53위·1.12%포인트 감소) 효성(60위·0.87%포인트 감소) 등도 단기간에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컸다. 이 가운데 LG이노텍은 4분기에 전년 동기보다 33.6% 늘어난 1574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돼 실적매력도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송종현/최만수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