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10월 공공부문 비정규직 20만5000명을 2020년까지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기존 연공서열형 호봉제를 그대로 둔 채 이들을 정규직으로 바꾸면 공공부문 비효율이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여기에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정년 연장을 내부적으로 검토해왔다. 급속한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노동인구 감소에 대비하려면 정년 연장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역시 비용 상승이 문제였다.

이 두 가지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꺼내든 카드가 직무급제다. 소속 기관이나 연차와는 무관하게 같은 직무별로 동일한 임금체계를 적용하고 숙련도에 따라 임금을 차등화하는 방안이다. 정규직 전환자 가운데 직종 분석이 비교적 쉬운 청소업무, 사무보조, 설비업무, 경비업무, 조리 등 5개 분야에 직무급제를 우선 적용한다.
5개 직군, 6단계로 임금 오른다

정부는 직무급제 적용을 위해 노동연구원 등에 맡긴 임금체계 표준안 용역 결과를 다음주 발표할 예정이다. 표준안은 정부청사관리본부의 정규직 전환 대상자에게 내년 1월부터 처음 적용한다. 이를 시발점으로 다른 기관의 정규직 전환 대상자나 신입직원들에게 확대해나가고 장기적으로는 기존 정규직, 공무원까지 적용하겠다는 계획이다.

한국경제신문이 입수한 공공부문 임금체계 표준안을 보면 정부는 이들을 업무 난이도와 요구기술 수준 등에 따라 1~5급으로 나눴다. 임금은 6단계까지만 상승하도록 했다. 공공부문의 기존 호봉제에서는 직무와 상관없이 연차가 쌓이면 14~30단계에 걸쳐 임금이 오른다. 연차가 높을수록 임금이 가파르게 올라가는 구조다. 반면 직무급제를 적용하면 초봉은 호봉제에 비해 다소 높은 수준이지만 연차가 올라갈수록 기대 임금은 떨어진다.

정부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 기존 정규직에게도 직무급제를 적용하면 연봉 수준이 500만~1000만원가량 떨어질 것”이라며 “직무급제를 기존 정규직이 아니라 신규 정규직 전환자에게 우선 적용하는 것도 정규직 반발을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신입직원들이 직무급제를 적용받는 가운데 고(高)호봉 직원들이 퇴직하면 자연스럽게 직무급제가 전반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휴일·연장 수당은 150%

표준안에 따르면 1~5급 중 1급은 전문지식이나 기술을 요하지 않는 단순 직무다. 주로 청소·환경미화 직종이 여기에 속한다. 2급은 비교적 간단한 행정처리를 수행하는 직무로 안내·경비 등이 대표적이다. 가장 높은 5급은 환경미화책임자, 중급기술자 등이다. 이렇게 직무별로 나뉘면 서로 다른 임금 체계가 적용된다.

하지만 임금 상승구간은 급별로 모두 6단계까지다. 정부청사관리본부의 경우 1급 직종은 157만원(1단계)~173만원(6단계), 5급은 196만~222만원의 기본급을 받는다. 여기에 직급보조비, 급식비와 각종 수당이 붙고 연간 40만원의 복지포인트가 주어진다.

휴일근로나 연장근로를 하면 각각 통상임금의 150%를 받는다. 다른 기관도 성과와 직무 난이도 등에 따라 소폭의 차이가 있겠지만 비슷한 수준에서 임금이 결정될 전망이다. 기본급이 다음 단계로 오르려면 2~4년의 근속기간을 채워야 하고 매년 시행하는 근무성적평가에서 일정 등급을 넘어야 한다.

임금체계 표준안 마련에 참여한 한 전문가는 “호봉제의 가파른 임금 상승에 익숙한 기득권 노조들이 반발할 가능성이 높고 이를 의식해 기관들이 각종 수당을 붙여 직무급제 취지를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를 해결하는 게 가장 큰 관건”이라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도 공직사회의 직무급 체계를 완성하는 데 7년이 걸렸다”며 “세밀한 직무분석과 설득 작업을 통해 장기적으로 정착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고경봉/심은지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