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일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다”고 공식 선언한 이후 후폭풍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팔레스타인인들은 6~8일까지 사흘을 ‘분노의 날’로 선포하고 미국과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에 이스라엘은 전투기까지 동원하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DPA통신 등에 따르면 9일까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에 의해 팔레스타인인 4명이 숨졌다.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가자지구에서 사망자가 나오기는 2014년 7~8월 이른바 ‘50일 전쟁’ 이후 3년 만이다.

이스라엘군은 8일 시위 주동자 2명을 조준 사격했다고 확인했다. 9일에도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중심부에 있는 하마스와 연결된 무장조직 기지를 폭격해 하마스 대원 2명이 숨졌다. 전날 하마스가 발사한 로켓포 세 발이 이스라엘 남부에 떨어진 데 대한 보복 공격이라고 이스라엘 측은 설명했다.

유혈사태가 심각해지자 아랍연맹은 한목소리로 트럼프 대통령의 선언이 무효라며 결정을 철회하라고 맞섰다. 중동과 아프리카의 아랍계 22개국으로 구성된 아랍연맹은 9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긴급 외무장관 회의를 연 뒤 이튿날 성명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아랍연맹은 성명에서 “예루살렘에 대한 미국의 정책 변경은 미국이 중동 평화 프로세스의 후원자이자 중재자 역할에서 소외되는 결과를 가져오는 위험한 사태 발전”이라고 지적했다.

8일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선 미국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웨덴 등 유럽 5개국은 공동 성명을 내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은 유엔 안보리 결의에 부합하지 않고, 중동 평화에 도움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사에브 에레카트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사무총장 겸 평화협상 대표는 같은 날 알자지라TV 인터뷰에서 “미국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는 결정을 철회할 때까지 미국과 대화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이달 들어 하향세를 그리던 국제 유가가 강세로 돌아섰다. 8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내년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는 배럴당 0.67달러 상승한 57.36달러에 마감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