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돈 주고도 못 사는 장난감’ 때문에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완구판매업체가 특정 모델을 살 수 없게 여러 모델을 랜덤 방식으로 판매하는 방식을 고집해 원하는 완구를 사려면 수 배의 돈을 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가 된 완구는 영실업에서 유통하는 팽이완구 ‘베이블레이드’. 베이블레이드는 수십 가지 모델이 있는데 어린이들에게는 팽이싸움에 강한 ‘맥시멈 가루다’(사진)가 인기가 높다. 맥시멈 가루다를 사려면 1만원대 제품인 ‘베이블레이드 랜덤부스터’를 사야 한다. 하지만 이 제품엔 팽이 8종 중 1개가 보이지 않게 포장돼 무작위로 들어 있다. 맥시멈 가루다를 살 수 있는 확률은 12.5%에 불과하다.

아이가 원하는 것을 사주려는 부모들은 랜덤부스터를 여러 개 사거나 12만원 패키지 제품을 살 수밖에 없다. 토이저러스에 따르면 베이블레이드 랜덤부스터는 지난 11월에만 2억원어치가 팔려 남아완구 판매 1위를 기록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부 유통업자가 베이블레이드 랜덤부스터를 대량 사들인 뒤 맥시멈 가루다만 골라 낱개로 6만~8만원에 팔고 있다.

일곱 살 아이를 둔 홍모씨(46)는 “아이를 생각하면 사주고 싶지만 유통업체가 미끼 상품으로 수배나 폭리를 취하는 것 같아 괘씸하다”고 말했다. 완구업계의 상술이 문제가 된 건 이번만이 아니다. 2014년에는 반다이코리아가 유통하는 ‘티라노킹’이 품귀현상을 빚으며 정가 7만원대 완구가 오픈마켓에서 20만원대에 팔렸다.

영실업 관계자는 “무작위로 제품을 판매하는 방식은 완구업계에선 흔한 마케팅 전략”이라며 “팽이를 고가로 재판매하는 행위에 대해 해당 오픈마켓에 사실 여부 등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