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기업들 구조적 구인난 해법 선행돼야
현장의 중소기업들은 근로시간 단축이 초래할 직접적인 위협으로 추가 고용에 따른 노동비용 증가와 함께 불확실한 인력수급 문제를 꼽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분석에 따르면 중소기업 인력 부족은 현재 27만 명 수준이지만, 근로시간 단축이 본격 시행되면 44만 명이 추가로 모자랄 것이라고 한다. 비용 부담이 크더라도 납기를 맞추고 공장을 돌리려면 인력을 더 써야 하는데, 종사자 5~19인의 영세 중소기업들은 필요 인력을 확보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처지다. 그런데도 노사가 동의하면 주당 8시간의 추가 근로를 허용하는 ‘특별연장근로제도’는 2015년 노·사·정 합의 사항인데도 이번 여야 협의 방안에서는 빠졌다.
문재인 정부는 ‘중소기업 중심 경제’로의 전환을 위해 장관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까지 출범시켰다. 더더욱 중소기업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대기업에 비해 위기 대응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이 이토록 강하게 비명을 지르고, 간절하게 호소한다면 왜 그러는 것인지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는 게 마땅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긴 근로시간을 줄여가는 과정’이라거나 ‘근로시간에 관한 국제기준이 그렇다’ 등의 이런저런 핑계를 앞세워 외면하고 있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개혁지상주의나 조급증으로 밀어붙인 정책들이 후유증을 낳은 사례는 많다.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만 해도 곳곳에서 ‘노노 갈등’을 키우고 있다. 세간에는 정부 여당이 내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염두에 두고 ‘선명성’에만 초점을 맞춘 개혁 몰아붙이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게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기업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현실을 반영한 대책을 마련해나가야 할 것이다. 종사자 5~19인의 영세 중소기업은 아예 따로 분류해서 실태조사부터 한 뒤 별도 대책을 세워야 한다. 속전속결보다 실태 파악이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