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글로벌 인재전쟁 시대
최근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 국제경쟁력센터에서 올해의 세계인재경쟁력지수를 발표했다. 한국은 39위에 그쳤다. 1위는 스위스가 차지했고 덴마크, 핀란드, 노르웨이, 독일 등 유럽 국가가 상위권을 독식했다. 아시아에서는 홍콩(12위)과 싱가포르(13위), 대만(23위)이 약진했다. 중국(40위)은 한국 턱밑이었다. 한국은 교육 등 학업 성취도는 세계 상위권이지만 인재 관리와 해외 인재 유치 등은 최하위권(59위)이었다.

한국과 함께 아시아의 네 마리 용으로 불리던 싱가포르는 강소부국이 됐다. 싱가포르의 오늘은 정부의 적극적인 인재 등용에서 비롯됐다. 리콴유 전 총리는 “찾아오는 사람만 기다렸다면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외국계 기업 최고경영자(CEO)인 림킴산에게 국가개발 총괄을 맡겼다. IMD 순위가 말해주듯 지금도 싱가포르 정부는 많은 민간 인재를 스카우트하며 인재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반면 우리 상황을 보자. 최근 반도체와 배터리 등 한국의 핵심 기술 분야 인재가 외국 기업의 스카우트 표적이 되고 있다. 오늘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둔 세계 시장의 인재 영입 전쟁은 무척 치열하다. 인재 이동의 물리적 국경은 약해졌다. 산업과 일자리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양질의 인재가 이동하는 시대다.

정말 ‘인재 전쟁’ 시대다. 한국 정부도 그간 공직사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공직 개방을 확대해 왔다.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과 미래 산업이 요동치는 작금의 상황에서 공직사회에는 이른바 ‘메기 효과(강한 경쟁자의 존재가 다른 경쟁자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줄 수 있는 민간 인재가 필요하다. 민간에서 장기간 축적한 그들의 경륜이 공직사회에 스며들면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전문성과 책임감을 갖추는 데 유익하다. 이와 같은 ‘공직사회의 개방과 전문성’은 국가 경쟁력을 높이고 미래 인재 전쟁에 대비하는 핵심 요소다. 하지만 민간 인재의 공직 영입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처우와 ‘어공(어쩌다 공무원)’으로 상징되는 조직 문화의 차이, 지방 근무 등 현실적 여건 때문에 녹록지 않다. 그렇다 해도 민간 인재의 공직 영입이 멈춰서는 안 된다.

미국 기업인인 데일 카네기는 “인재를 확보하는 것은 금을 캐는 것과 같다”고 했다. 동양에서도 삼고초려하며 인재를 구했다. 인재 확보는 동서고금을 초월해 국가의 중요 정책이었다. 이제 공직사회도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할 인재 확보 노력에 나서야 할 때다. 인사혁신처는 오는 15일 영국 내각실 인사관리처장 등 전문가를 초청해 ‘4차 산업혁명 시대 전략적 인재 발굴 및 확보 방안’을 주제로 토론의 장을 마련한다. 글로벌 인재전쟁 시대를 대비할 혜안을 기대해 본다.

김판석 < 인사혁신처장 mpmpsk@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