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소주, 위스키 등 여러 가지 술 가운데 직접 잔에 따라 마실 때 유독 신경이 쓰이는 술이 있다. 맥주다. 거품이 너무 많거나 너무 없으면 ‘뭔가 맛이 덜하다’는 느낌이 든다. 케그(맥주를 저장하는 작은 통)에 담긴 생맥주는 어떻게 보관하고 어떤 잔에 따랐느냐에 따라 맛 차이가 더 난다.

국내 수입·수제맥주 시장이 커지면서 ‘맥주 소믈리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숙련된 방법으로 맥주를 보관, 저장하고 잔 세척과 푸어링(잔에 붓는 행위)을 통해 소비자에게 맥주 본래의 맛과 향을 전하는 전문가다. 이런 전문가를 ‘비어마스터’라고 부른다. 세계 최초 라거맥주 브랜드로 알려진 체코의 필스너우르켈은 2016년부터 ‘탭스터’라는 직책을 만들어 비어마스터를 육성하고 있다.

서울 강남의 맥주전문점 나즈드라비에서 만난 아담 블체크 필스너 아시아총괄 탭스터(사진)는 “필스너우르켈은 단맛과 사츠홉의 쌉쌀함이 조화된 대표적인 라거맥주”라며 “적절한 온도에서 청결하게 보관·관리하고 올바르게 푸어링돼야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필스너우르켈 생맥주를 판매하는 매장을 방문해 직원들을 교육하려고 한국을 찾은 그는 “이미 씻은 잔이라도 맥주를 따르기 전에 한 번 더 얼음물에 세척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컵에 불순물이 없고 술 온도와 잔의 온도 차가 크지 않아야 제대로 된 맛이 난다는 것이다.

푸어링을 할 때는 ‘적절한 거품’을 내야 한다. 거품은 맥주가 공기와 만나 맛이 변하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필스너우르켈은 세 가지 방법으로 즐길 수 있다. 맥주 원액만 따른 뒤 위에 거품을 얹는 ‘크리스피’, 거품을 먼저 따른 뒤 그 속에 원액을 담아내는 ‘스무드’, 처음부터 끝까지 거품만 따르는 밀코 등이다.

필스너에선 적합한 적성과 능력을 갖춘 소수의 바텐더만이 트레이닝을 거쳐 탭스터가 된다. 세계적으로 총 66명의 탭스터가 활동하고 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