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0억원, SKT가 295억원, 케이넷이 5억원을 출자한 케이넷펀드는 2009년 게임회사 블루홀에 155억원을 투자해 지분 9.3%를 확보했다. 그런데 블루홀이 지난 3월 출시한 PC온라인게임 ‘배틀그라운드’가 세계적으로 히트하면서 지난 3분기까지 당기순이익 1278억원을 거뒀다.
김대영 케이넷투자파트너스 대표(사진)는 “국내 게임 사상 미주와 아시아지역에서 동시에 성공한 사례는 배틀그라운드가 처음”이라며 “온라인게임은 모바일게임보다 수명이 길고 매출 규모도 크다”고 의의를 설명했다.
배틀그라운드는 글로벌시장에서 290만 명이란 역대 최대 동시접속자 수 기록을 세우며 지난 3분기부터 매출이 본격 확대되고 있다. 이 때문에 블루홀은 올 한 해 동안 매출 6200억원, 영업이익 2700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김 대표는 “투자 당시 1000억원 하던 블루홀의 기업가치는 요즘 장외주식시장 가격을 기준으로 5조원 규모로 커졌다”며 “상장 이후 더욱 기업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케이넷펀드의 블루홀 지분 가치는 현재 약 5000억원대다.
성공에 이르기까지 8년간의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2009년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테라’를 개발 중이던 블루홀은 엔씨소프트로부터 IP 도용 건으로 피소돼 2심 판결을 기다리던 중이었다. 통상 대부분의 투자회사는 소송 중인 회사를 외면하는 게 정상이다.
김 대표는 달랐다. 블루홀 대주주인 장병규 블루홀 의장(현 4차산업혁명위원장)이 게임회사 네오위즈와 검색엔진 ‘첫눈’을 히트시켰고, 엔씨소프트에서 리니지를 개발한 박용현 씨가 테라 개발자로 참여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김 대표는 “게임 투자는 성공 경험이 매우 중요한데 두 사람은 그것을 갖췄다”며 “출자자인 SK텔레콤과 모태펀드 담당자를 설득했다”고 회고했다.
케이넷이 주주와 심사역이 같은 유한회사형 벤처캐피털이기에 이 같은 행보가 가능했다. 김 대표는 “내가 전문경영인이었다면 리스크를 감수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블루홀은 2011년 테라를 출시했지만 성과는 기대 이하였다. 회사는 2014년부터 3년 연속 적자였다. 이 무렵 장병규 의장은 사재를 투입해 버티면서 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섰다. 그 결과 자회사 펍지(옛 지노게임즈)가 배틀그라운드를 내놓고 대반전을 준비했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