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인터넷 도박 제친 '비트코인 열풍'
‘그래프 도박’이라는 불법 인터넷 도박이 있다. 빠른 속도로 올라가는 당첨배율 그래프가 멈추기 전 버튼을 눌러 해당 지점의 배당금을 지급받는 단순한 게임이다. 그래프가 멈추면 판돈을 잃는다. 회당 도박 시간이 짧고 중독성이 심하다는 평가다.

올여름부터 청소년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이 도박이 최근 ‘불황’을 겪고 있다. ‘비트코인 열풍’ 때문이다. 그래프 도박 투자자들이 가상화폐로 쏠리는 바람에 지난달 거래액이 20% 정도 급감했다. ‘꾼’들이 가상화폐 시장으로 몰리면서 비트코인 시세는 올 들어서만 20배 넘게 뛰어올랐다.

최근 가상화폐 시세는 하루에도 수십% 널뛰기를 반복하고 있다. 기술과 시장을 이해하지도 못한 채 시세 그래프만 보고 투자하는 행태는 요행에 목숨을 거는 도박판과 꼭 닮았다.

도박 중독자처럼 24시간 가상화폐 시세만 들여다보는 20~30대 ‘비트코인 좀비’도 양산되고 있다. 대학가는 물론이고 중·고등학생까지 마치 로또 대하듯 가상화폐 투기에 빠져들고 있다.

인터넷에는 빚까지 져가며 뛰어들었다가 삶의 의욕을 잃었다는 사연이 넘쳐난다. 지난 주말 정부가 강력한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세가 급락하자 ‘감당할 수 없다’는 하소연이 이어지고 있다. 걷잡을 수 없이 올라가는 시세에 편승해 ‘공돈’을 벌긴 했지만 정작 생업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호소도 부지기수다.

일확천금의 유혹은 언제나 치명적이다. ‘위대한 지성’으로 불리는 아이작 뉴턴조차 그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는 ‘천체의 움직임을 예상할 수는 있어도 인간의 광기를 예상할 수는 없다’는 어록을 남겼다. ‘남해주식회사 버블’에 휘말려 막대한 손해를 보고서다.

가상화폐의 가능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큰 잠재력을 지닌 ‘천재적 발명품’일지 모른다. ‘인터넷 혁명’처럼 일상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수도 있다. 하지만 가능성만큼이나 위험성에도 집중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폭탄 돌리기’식 행태는 거품을 부를 수밖에 없다. 거품은 터지기 마련이고, 그 결말은 언제나 파괴적임을 상기해야 한다.

성수영 지식사회부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