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주공 투바앤 감독 "하수구 애벌레가 가족사랑 일깨우죠"
지난 9월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에 문을 연 ‘신화테마파크’. 28만㎡ 땅에 바이킹, 롤러코스터, 회전목마, 미니열차, 3차원(3D) 게임 등 15개 놀이시설이 들어섰다. 홍콩 부동산 투자회사 란딩인터내셔널이 100% 투자해 세웠지만 놀이공원을 꾸민 캐릭터들은 낯설지 않다. 한국 애니메이션 제작사 투바앤에서 만든 애벌레 캐릭터 ‘라바’다.

서울 논현동 투바앤 본사에서 만난 맹주공 투바앤 감독(사진)은 “놀이기구가 아니라 캐릭터를 앞세워 꾸민 테마파크는 국내에서 신화테마파크가 처음”이라며 “라바를 비롯해 ‘로터리 파크’ ‘카페 윙클’ ‘오스카의 오아시스’ 등 투바앤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가 총출동했다”고 말했다. 란딩인터내셔널이 제주에 테마파크를 세우기 위해 투바앤과 처음 접촉한 건 2014년. 처음엔 각 회사를 돌아다니며 한국을 대표하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모두 신화테마파크에 넣으려 했지만 투바앤 캐릭터를 본 뒤 투바앤 캐릭터만 쓰기로 마음을 바꿨다고 한다.

맹 감독은 “라바는 중국판 유튜브인 유쿠투더우에서 300억 뷰 이상을 기록해 중국인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며 “유아나 어린이에게 유독 인기가 많은 다른 회사 캐릭터와 달리 라바는 어른들도 좋아해 아이와 어른이 모두 즐기는 가족형 테마파크에 잘 어울린다”고 설명했다.

맹 감독은 ‘라바의 아버지’다. 인하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1998년 애니메이션 분야에 뛰어든 그는 2011년 라바를 만들어냈다. 그는 “경쟁력 있고 차별화된 캐릭터를 개발하기 위해 계속 특이한 것을 생각했다”며 “그러다 도시의 하수구에 사는 애벌레 캐릭터를 떠올리게 됐다”고 했다. ‘옐로우’와 ‘레드’라는 두 애벌레가 주인공인 라바는 대사 없이 몸으로만 웃기는 슬랩스틱 코미디로 세계를 평정했다. 중국과 동남아시아뿐만 아니라 넷플릭스를 통해 북미에도 진출했다. 한국에선 지하철 예절을 알려주는 영상으로 아이부터 노인까지 모르는 사람이 없다.

지난 3년간 신화테마파크의 설계 단계부터 참여해 투바앤 캐릭터를 놀이공원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작업을 한 그는 이제 극장판 라바 제작에 나섰다. 내년이나 후년 개봉이 목표다.

맹 감독의 꿈은 미국 픽사 같은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세우는 것이다. 그는 “픽사는 창작자들이 자기 일에만 집중할 수 있게 도와주는 가장 대표적인 회사”라며 “나도 사업보다 작품에만 집중하면서 1년에 한 편씩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를 내고 싶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