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심차게 추진하던 '아파트 지수' 2년째 표류
한국거래소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아파트 투자지수’가 2년 넘게 표류하고 있다. 코스피200지수처럼 주요 지역 아파트나 부동산 가격을 지수화할 계획이었지만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아파트 지수가 나오면 소시민도 강남 아파트에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게 된다. 다양한 부동산 간접상품 개발을 기대했던 자산운용업계에선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내부 모의산출도 연기

11일 한국거래소와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두 기관은 아파트 지수의 내부 모의산출을 또다시 미뤘다. 감정원은 자체 개발한 아파트 지수 모형을 바탕으로 시험적으로 모의산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대상 주택 규모와 가격 반영 시점 등에 대한 이견이 제기되면서 산출 시점은 늦춰졌다.

두 기관은 2015년 아파트 지수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은 후 2년 넘게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애초 계획대로라면 지난해 아파트 지수를 공표했어야 했다.

거래소와 감정원은 주요 지역의 아파트 실거래가를 실시간으로 산출해 매일 아파트 지수를 내놓을 계획이다. 미국 대도시의 케이스실러지수는 최소 4주 간격으로 발표하는 것과 달리 한국의 아파트 지수는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통해 하루 단위 거래가격을 지수에 반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파트 지수와 아파트 실거래가 사이의 괴리가 적지 않을 수 있다는 문제에 직면했다. 업계에선 거래 시점과 가격이 지수에 반영되는 시점 간 최대 3개월의 시차가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부동산 거래자는 계약 이후 3개월 내에만 거래 가격을 신고하면 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실거래 가격을 실시간으로 반영하지 못한다면 지수 활용도는 낮아질 것”이라며 “아파트 호가를 가격에 일정 부분 반영하는 방법도 만만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거래소의 추진력이 약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거래소가 올 들어 아파트 지수 개발에 소극적”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강력한 부동산 억제 정책을 펴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내년 공표도 불투명

부동산 투자 수단의 다양화를 기대하던 투자자들의 실망도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 자본시장을 통해 부동산에 간접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은 많지 않다. 투자자들의 자금을 모아 부동산 등에 투자한 뒤 수익을 나누는 ‘리츠’가 있지만 90% 이상이 기관 대상의 사모 형태다. 당국은 리츠 활성화를 위해 상장을 촉진해왔지만 현재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종목은 단 4개에 불과하다.

아파트 지수가 개발되면 이를 기초로 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지수채권(ETN) 등을 통해 적은 금액으로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선물 등 파생상품을 통해 부동산 시장 헤지(위험 회피)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업계에서 공신력 있는 아파트 지수 개발이 서둘러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지수 개발이 완료되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서 등과의 협업을 통해 관련 상품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파트 지수 공표는 내년에도 불투명하다. 감정원 관계자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께 지수 산출이 완료될 것”이라며 “지수를 발표하려면 국토교통부와의 협의 과정이 필요해 공표는 하반기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