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외자유출 대비해야 한다
한국의 통화정책이 긴축으로 돌아섰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 30일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1.50%로 0.25%포인트 올렸다. 한은이 통화정책 방향을 ‘긴축’으로 튼 것은 6년5개월 만이다. 미국도 지난 3월과 6월에 이어 13일(현지시간) 열릴 중앙은행(Fed)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올 들어 세 번째 금리인상이 확실시되고 있다.

미국은 3분기 성장률이 3.3%를 기록해 2분기 3.0%에 이어 연속 3%를 웃돌고 있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18조6000억달러의 세계 최대 경제대국이고 1인당 소득이 5만7591달러의 부국인 미국이 3%를 상회하는 성장률을 지속하고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10월 실업률은 4.1%로 Fed가 완전고용으로 간주하는 5.0%를 크게 밑돌고 있고, 소비자물가상승률도 2.0%에 도달해 디플레이션 우려를 씻어내고 있다.

미국이 내년에도 두어 차례 더 금리를 인상하고 Fed가 보유자산을 축소해 달러 환수가 본격화할 경우 한국에 유입됐던 외국투자자본이 유출로 반전할 우려가 크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3조달러 넘게 풀린 달러는 주로 동아시아 신흥시장국으로 흘러들어 왔다. 한은은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 경제의 회복세는 견고하지 못하다. 모바일폰의 고급화 추세를 맞아 D램 가격이 상승하면서 반도체와 관련 업종의 수출만 호조를 보일 뿐 경기는 침체를 지속하고 있다. 2011년 82%였던 제조업평균가동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해 지난 10월에는 71.3%까지 추락했다. 2차 석유파동 위기 때의 수준이다. 회복기에는 102 정도까지 상승해야 정상인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도 장기간 101 이하에서 횡보, 경기회복력 상실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니 실업률은 고공행진이다. 450만 청년 중 실제실업은 150여만 명에 달하고 있다. 설상가상 반도체가격 하락 경고도 잦아지고 있다.

반도체 등 일부 업종의 영업이익이 호조를 보이면서 외국인 주식투자자금 유입이 지속돼 원화절상 폭이 가파르다. 시차를 두고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가계부채도 1419조원에 이르러 금리상승은 가계의 원리금 상환부담 가중으로 소비둔화를 심화시킬 것이다. 물가안정 목표제를 채택하고 있는 한은의 처지에서 물가상승률은 여전히 목표치 2%를 밑돌고 있다. 외생적인 영향으로 급등락이 심한 석유류와 농산물을 제외하고 본 근원인플레이션율은 1.3%로 낮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

2010~2011년 평균 5.1% 성장하던 한국 경제는 2012년부터 연평균 2.8%의 저성장으로 급락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사이 성장률이 2.3%포인트나 급락한 것이다. ‘경제민주화’ 열풍을 타고 임금 급등, 규제 증가 등 투자환경 악화로 해외투자는 연 300억달러씩 늘어나는 반면 국내투자는 저조한 데 따른 결과다. 저성장이 지속되면서 잠재성장률도 급락해, 낮아진 잠재GDP에 대비한 GDP갭률이 플러스로 돌아서기는 했지만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결국 노동 공공 교육 금융 산업 재정 등 6대 부문 구조개혁과 행정규제, 입법규제, 이익단체 기득권 지키기 규제, 수도권 등 입지규제, 중소기업 농어촌 과보호 성역규제 등 5대 규제를 혁파해 성장잠재력을 올리면서 금리도 올리는 정책을 병행해야 지금의 난국을 돌파할 수 있다. 반(反)기업 친(親)노동 정책을 주장할 때가 아니다.

특히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로 자본유출 가능성이 크므로 자본유출입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금리를 인상하되 침체를 지속하고 있는 경기 전반을 고려해 점진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외화유동성 확보와 기업구조조정으로 금융부실 등 위기예방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오정근 < 건국대 특임교수·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