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뛰기 장세를 보이는 가상통화 비트코인을 결제수단으로 채택하고 있는 기업들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주 하루 새 1천 달러 이상 오르는가 하면 주 후반에는 이틀 사이에 40% 폭락하는 등 종잡을 수 없는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비트코인을 결제통화로 받는 기업들에서는 가격 급등으로 "고객이 지갑을 열기 쉬워질 것"이라는 기대와 "수수료 부담이 커져 소액결제에 사용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따르면 비트코인을 결제통화로 받는 일본 유수의 여행사 'HIS' 홍보담당자는 "비트코인 이용자가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데 놀랐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9월 23일부터 도쿄도(東京都) 내 38개 점포에서 비트코인을 결제통화로 받고 있다.

고객의 편의를 높이기 위해서다.

서비스 개시 후 점포별로 이틀에 한 건 정도 비트코인 결제가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비트코인 가격 급등은 "영업 면에서 분명히 플러스"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HIS는 연말연시와 내년 봄 졸업시즌의 여행수요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형 양판점 '빅 카메라'는 지난 8일 비트코인으로 결제할 수 있는 거래당 상한액을 지금까지의 10만 엔(약 100만 원)에서 30만 엔으로 높인다고 발표했다.

비트코인 이용자가 크게 증가한 데다 상한인 10만 엔까지 사용하는 고객이 많기 때문이다.

상한이 30만 엔으로 높아지면 대형 냉장고와 고기능 세탁기 판매는 물론 외국인 관광객의 선물 대량구매에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

HIS나 빅 카메라처럼 비트코인 적극파가 있는 반면 판매촉진책으로서의 효과에 회의적인 의견도 늘고 있다.

비트코인을 결제통화로 받는 중국 요리 체인 헤이친로(聘珍�)는 비트코인 결제가 10~11월에는 증가했지만, 고작 월 몇 건 정도에 그쳤다고 밝혔다.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했지만 "고객 수에는 별 영향이 없다"는 것이다.

리쿠르트의 비트코인 결제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는 '메가네(안경) 슈퍼' 관계자에 따르면 "11월까지의 이용 건수가 100건도 되지 않았다"고 한다.

외국인 관광객의 이용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으며 대부분 일본인이 시험 삼아 이용해 보는 정도였다.

일본 수도권에는 비트코인을 이용할 수 있는 소형 콘서트홀이나 음식점, 바 등도 여럿 있지만 실제로는 이용자가 없는 곳이 대부분이다.

업계의 반응이 이처럼 엇갈리는 건 이용자 측이 부담하는 수수료 때문이다.

오프라인 점포에서 요금을 비트코인으로 지불할 경우 이용자는 스마트폰 앱을 조작해 가상통화거래소에 있는 자신의 전자지갑에서 상대방의 전자지갑으로 비트코인을 송금한다.

송금수수료는 거래소와 지갑의 형태 등에 따라 다르지만 0.0004~0.0005 비트코인이 일반적이다.

가격이 급등하기 전인 올해 연초였다면 45 엔(약 450 원)~60 엔(약 600 원)이던 수수료가 지금은 650 엔(약 6천500 원)~1천 엔(약 1만 원)인 셈이다.

해외여행이나 대형 전기제품처럼 가격이 수십만 엔인 경우라면 별로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금액이지만 음식값이나 소소한 잡화, 생활필수품을 구매할 때는 신용카드로 지불하는 게 확실히 이익이다.

여기에 오늘보다 내일 비트코인 가격이 오른다고 생각하면 당장 지불수단으로 쓰기보다는 갖고 있으려고 하는 게 당연하다.

기껏 수백 엔~수천 엔 단위의 거래를 하는 소매점이 비트코인을 결제수단으로 받더라도 손해 볼 걸 뻔히 아는 고객이 이용할 리 없다.

고객이 이용하지 않으면 소매점 측도 비트코인에 거리를 둘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비트코인을 이용할 수 있는 점포도 늘지 않는다.

비트코인 값이 오르면 오를수록 통화로서의 기능은 약화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되는 셈이다.

니혼게이자이는 비트코인을 과연 "통화"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시세 널뛰기 '비트코인', 오를수록 "통화 기능" 약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