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투자자들이 은행·증권사 지점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 인터넷은행을 통해 공모펀드에 가입할 수 있게 된다. 펀드 판매 명목으로 최대 연 0.84%의 수수료를 떼 가는 기존 판매사에 인터넷은행을 추가, 보수 인하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한국형 헤지(사모)펀드 운용사 설립을 위한 자본금 요건이 크게 완화돼 신규 운용사의 진입 문턱이 낮아진다.
카카오뱅크·우체국서도 공모펀드 판다
◆‘메기효과’로 경쟁 유도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신뢰받고 역동적인 자산운용시장 발전 방안’을 13일 발표했다. 정부는 우선 공모펀드 판매사 간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새로운 사업자의 진입을 허용해주기로 했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등 인터넷은행과 우정사업본부, 농협과 같은 상호 금융기관이 대상이다.

우체국과 상호 금융기관의 펀드 판매는 지난해 허용됐지만 인가를 받은 곳이 한 개 지점에 불과해 시장에 큰 영향력을 주지 못했다. 은행과 증권 등 상위 10개 판매사의 펀드시장 점유율이 50%에 달한다.

박정훈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은 “별도 점포를 두지 않는 인터넷은행은 판매 수수료를 기존 은행과 증권사보다 크게 낮출 수 있다”며 “이른바 ‘메기효과’를 통해 수수료 인하를 자연스럽게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기효과란 연못에 메기 한 마리를 풀어놓으면 다른 물고기들이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더 많이 움직여 강해지는 현상을 말한다. 펀드 상품을 온라인상에서 한곳에 모아 파는 ‘펀드 슈퍼마켓’은 판매 보수가 은행·증권에 비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인터넷은행의 펀드 판매는 법 개정 사항이 아니라 금융위 인가만으로 곧바로 시행할 수 있다. 박 국장은 “인터넷은행의 사업 추진 의지에 따라 내년 1분기에도 시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인터넷은행 진출 당시부터 고려하고 있던 사업”이라며 “이른 시일 안에 상품 라인업을 갖추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운용사 ‘진입 문턱’ 대폭 낮춰

금융그룹이 계열 자산운용사의 펀드를 밀어주는 관행에도 제동을 건다. 판매사들이 경쟁력이 떨어지는 계열사 펀드를 집중적으로 추천해 투자자들이 손해를 보고 있다는 게 금융위의 판단이다. 지금은 자사 펀드를 전체 펀드 판매 금액의 50%까지 팔 수 있지만 앞으론 25%로 축소된다. 시장 부담을 고려해 2022년까지 연 5%씩 단계적으로 줄이기로 했다.

온라인 등을 통한 펀드 가입이 쉬워지도록 수익률 정보 등을 단순화한 표준 ‘간이투자설명서’도 새롭게 마련한다. 그동안 온라인 등을 통해 가입하는 투자자들은 “최소 수백만원씩 투자하는데, 판매사의 설명 없이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펀드 설명과 수익률만 보고 가입하기가 쉽지 않다”는 불만을 제기해왔다.

사모펀드 시장은 규제를 확 풀어주기로 했다. 한국형 헤지펀드 운용사 설립 요건은 자본금 2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아진다. 사모펀드 시장은 2015년 10월 설립 자본금 요건(자본금 60억원→20억원)이 완화된 뒤 빠르게 성장했다. 자산운용사 수는 2015년 10월부터 지난 9월 말까지 108개사(124.1%) 늘었다. 같은 기간 임직원 수는 41.2% 증가했다.

사모펀드(PEF)운용사의 투자 범위도 확대한다. 지금은 기업 경영권 인수 목적의 주식이나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채권(BW)에만 투자할 수 있지만 앞으론 비슷한 속성을 지닌 전환우선주, 전환상환우선주 투자도 허용할 방침이다.

김우섭/이현일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