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 인상을 앞두고 고용시장에 한파가 불어닥치고 있다. 숙박·음식업체들이 선제적으로 일자리를 줄이면서 취업자 수 증가폭이 10월에 이어 11월에도 20만 명대에 그쳤다. 11월 청년 실업률은 9.2%로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정부가 공무원 채용을 늘림에 따라 원서를 낸 취업준비생 약 10만 명이 실업자로 분류된 탓이 크다.
◆취약계층 일자리부터 줄어
통계청이 13일 발표한 ‘11월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달 취업자는 2684만5000명으로 1년 전보다 25만3000명 느는 데 그쳤다. 10월(27만9000명 증가)에 이어 두 달 연속 20만 명대 증가폭이다. 취업자 수 증가폭은 올 들어 1월과 8월을 제외하곤 줄곧 30만~40만 명대를 유지했다.
추가경정예산 효과 등으로 공공행정에서 8만7000명, 보건·복지에서 7만5000명 늘었지만 숙박·음식업에서 2만8000명, 아파트 경비 등이 속한 시설관리업에서 3000명 감소한 것 등이 전체 취업자 수 증가폭에 영향을 미쳤다. 건설업 취업자 수가 6만8000명 늘긴 했지만 작년 11월 증가폭(11만1000명)에 크게 못 미친 영향도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조사 기간에 날씨가 쌀쌀한 탓에 일용직이 줄면서 건설업 취업자 수 증가폭이 크게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숙박·음식업체나 시설관리업체 등의 경우 최저임금이 내년에 역대 최대폭(16.4%) 인상되는 데 따른 부담을 피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일자리를 줄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병태 KAIST 경영대학 교수는 “최저임금은 내년부터 올리는 것이지만 업체들은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때문에 고용지표는 미리 반응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최우선으로 보호하려고 하는 음식점 종업원, 아파트 경비원 등 취약계층이 오히려 가장 먼저 피해를 보게 됐다는 지적이다.
최저임금 인상이 현실화되는 내년에는 상황이 더 나빠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저임금이 10% 인상되면 주당 44시간 기준 일자리가 1.4% 정도 감소한다’(이정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분석도 있다.
◆공시생 10만 명이 실업자로
11월 청년(15~29세) 실업률은 9.2%로, 1년 전보다 1%포인트 상승했다. 1999년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래 11월 기준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외환위기 한가운데 있던 1999년 11월 청년 실업률(8.8%)보다도 0.4%포인트 높다.
정부가 공무원 채용을 대폭 늘리기로 한 것이 오히려 청년 실업률을 높이는 아이러니컬한 상황이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공무원 시험 공부만 하고 있는 사람은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돼 실업률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하지만 응시원서를 내는 순간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한 사람으로 분류돼 공무원이 되기 전까지 실업자로 잡힌다.
지난 10월 지방직 공무원 추가 채용 때 원서를 낸 16만4000명 중 청년층 9만6000명이 이런 사례에 해당한다. 정부가 내년에 9475명의 공무원을 추가로 뽑기로 한 점을 감안하면 공무원 시험 응시에 따른 청년 실업률 악화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도 청년 고용시장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원래 있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고용 규모는 그대로인 가운데 높아진 비용 부담 탓에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줄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일자리 창출과 청년 취업애로 해소에 중점을 두고 내년 경제정책방향을 수립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