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평창올림픽도 대박 가능하다
평창동계올림픽이 두 달도 안 남았는데 나라 안팎으로 어수선하다. 세계적 선수들이 벌이는 명장면을 볼 수 있는 기회인데, 어쩐 일인지 평창올림픽은 사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지 못한다. 이대로 가면 실패한 올림픽이 될 거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게다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평창올림픽에 러시아 참가를 불허한 데다 미국조차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대사의 확인에도 불구하고 참가를 주저하는 분위기가 감지돼 비상이 걸렸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문재인 대통령은 역사상 처음이라면서 올림픽 홍보대사로 나섰고, 입장권을 구입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우리나라는 서울올림픽의 대성공과 월드컵의 흥행 대박 저력이 있다. 녹록지 않은 조건에서 열었지만 경제적 효과뿐 아니라 시민사회의 의식 수준이 올라가는 값진 자산을 얻었다. 화장실 문화가 확 바뀌고 길거리에 쓰레기가 없어진 데서 알 수 있듯이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이 커지고 이웃에 대한 신뢰도 높아졌다. 외국에서 한국을 바라보는 눈도 확 달라졌다. 한국을 우습게보던 일본인의 태도가 호감으로 바뀌면서 무비자 입국을 허용했다. 중국은 더했다. 한국을 눈이 휘둥그레 보면서 한국 제품이 중국에서 인기를 끌었고, 중국인들이 한국을 찾기 시작해 중국 특수가 생겼다. 한류에 불이 붙어 드라마부터 K팝에 이르기까지 한국 사람도 모르는 사이에 전 세계로 뻗어 나가 스스로 놀라워했다.

각국의 경제 발전을 비교 연구하는 학자들은 신뢰와 협력, 규범 등 ‘사회적 자본’이 국가나 공동체의 흥망성쇠를 좌우했다고 한다. 범국가적 일이 생길 땐 그 역할이 더 크다고 한다. 이들은 한국의 기적 같은 번영이 정부와 산업계 사이의 신뢰와 협력에 의한 시너지가 있기에 가능했다고 진단한다. 경제 성장의 핵심 3요소인 인적자본, 자금, 기술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고 ‘플러스알파’를 만드는 시너지가 나라의 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한국은 시민사회가 폐쇄적이고 정부에 대한 신뢰가 낮다. 산업계는 서울올림픽과 월드컵 등이 가져올 파급효과를 알기 때문에 국제 무대 경험을 살려 적극적으로 나서 사회적 자본의 부족을 보완하고 정부·산업계·시민사회의 시너지를 올리는 데 기여했다.

무엇을 할 것인가? 평창올림픽 대박은 북한도 중국도 미국도 아니라 우리 자신에게 달려 있다. 정부는 분열된 나라를 하나로 만드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먼저 물 건너간 북한의 올림픽 참가에 매달리고 중국의 협조를 위해 저자세를 보이는 것부터 피해야 한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은 채 참가하도록 지원하고,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철수를 요구하며 한국 길들이기에 나선 중국에 약점을 잡히면 미국과 일본은 반발하기 십상이다.

독일과 프랑스는 북한의 핵 위협 때문에 올림픽 불참을 거론하는데, 불리한 대외 여건은 우리 내부의 협력부터 강화해야 극복할 수 있다. 북한이 꺼림칙한 마당에 한국까지 어수선하면 평창올림픽에 대한 국제 사회 관심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국내로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평창올림픽의 의의를 ‘치유 올림픽’이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정부는 적폐 청산을 통한 과거사 정리가 아니라 치유를 통해 미래로 나아가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촛불만의 나라가 아니라는 사람들도 껴안을 책임은 정부에 있다. 남북한이 ‘하나의 코리아(one Korea)’가 되는 것보다 남한 내부가 하나 되는 것이 시급하다. 시민단체가 산업계를 적폐로 몰고 지난 정부의 정책에 협조했다는 죄로 공무원들이 줄줄이 벌을 받는 분위기에서는 산업계가 협조하고 공무원들이 적극적으로 뛰기 어렵다.

서울올림픽이나 월드컵 때 정부는 잘못될까 노심초사했다. 이런 겸손이 산업계와 시민사회의 참여를 끌어올렸다. 평창올림픽 대박은 정부 태도에 달려 있다. 정부의 오만은 평창올림픽을 실패로 이끌 것이며, 경제 침체에 질린 사람이나 중국의 사드 보복에 질린 사람 등을 더 낙심하게 만들 수 있다. 경제적으로 열악한 강원도가 도약의 꿈을 피우지 못한 채 빚더미 늪에 빠지게 해서는 안 된다.

김태기 < 단국대 교수·경제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