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은 인생과도 같다. 힘들여서 일구고 경작하고 노력한 만큼 그 보상을 받게 된다. 이번 ‘농업·농촌 29초영화제’에는 이런 점에 착안해 농업을 인생에 비유한 작품이 많이 출품됐다.

일반부 특별상을 받은 김동준 감독의 ‘칙칙하다 보면’이 그런 사례다. 영상이 시작되면 기업 신입사원으로 보이는 한 남성이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는 모습이 나온다. 한 여성이 그 신입사원에게 다가가 서류를 책상에 던지며 못마땅한 표정으로 “이거 다시 해!”라고 말한다. 잠시 뒤 다른 남성이 그의 책상에 또 서류를 던지며 “너 따라와!”라고 소리를 지른다. 그때마다 이 신입사원은 책상에 놓인 화분에 분무기로 ‘칙칙’ 하며 물을 뿌린다. 장면이 바뀌고 이번에는 어떤 남성이 “이번에는 잘했네”라며 그를 칭찬한다. 신입사원이 책상에 돌아오자 물을 주던 화분 속 식물에는 꽃이 피어 있다. ‘인내는 쓰지만 열매는 달다’는 경구를 되새기게 한다.

청소년부 특별상을 받은 박동률 감독의 ‘예쁘지 않은 꽃은 없다’(사진)는 수학능력시험을 치른 고3 수험생을 위로하는 내용이다. 영상에는 한 학생이 학교에서 창틀 화분에 물을 주는 장면이 나온다. 그는 책상에 앉아 공부하기 위해 책을 편다. 계속되는 공부에 지친 듯 이 학생은 창틀의 화분을 물끄러미 바라보고는 이내 정신을 가다듬고 공부에 집중한다. 배경으로 다음과 같은 독백이 깔린다. “이 세상에 예쁘지 않은 꽃은 없습니다. 모든 꽃은 자신만의 향기, 모양, 그리고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고 있죠. 수없이 짓밟히고 거센 바람에 흔들렸지만 굳세게 버텨 예쁜 꽃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그것을 모르는 것 같습니다. 당신도 머지않아 예쁜 꽃이 된다는 것을.”

일반부 장려상을 받은 김수현 감독의 ‘삶을 농사짓는 일’은 한 농부가 말라죽어 있는 농작물을 내려다보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하늘은 햇빛 한 점 없이 우중충하다. 이 농부는 밭을 갈아엎고 그 자리에 다른 농작물을 심는다. 어느새 흐렸던 하늘이 개고 햇빛이 비친다. 잠시 뒤에는 비도 온다. 그때 “우리 삶을 농사짓는 일. 시든 겨울 뒤에도 싹트는 봄이 오는 일. 새 희망의 씨앗을 심는 일. 다시 한 번, 삶을 일구는 일”이라는 독백이 나온다. 흐린 날이 지나고 맑은 날이 왔을 때 씨앗을 다시 심을 수 있듯이 인생도 시련에 이어 좋은 날도 오기 마련이니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준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