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이 14일 예상보다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속도도 느려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한은의 내년 금리 인상 횟수가 1~2회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사진)는 이날 Fed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Fed가) 생각보다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미국이 이번에 금리를 올리는 건 예상했던 것”이라며 “내년 정상화 속도가 관심이었는데 (내년 인상 횟수를 가늠할 수 있는) 점도표에 변화가 없었다”고 했다.

Fed는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1.00~1.25%에서 연 1.25~1.50%로 올렸다. 그러면서 내년에는 ‘3회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기존 전망치와 같다. 하지만 물가가 안정돼 있다고 밝힌 데다 두 명의 FOMC 위원이 회의에서 ‘동결’을 주장해 과거보다 ‘비둘기파적’이라는 게 시장의 평가다. 한은의 내년 금리 인상 속도가 빠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한·미 간 기준금리 역전은 시간문제라는 점이 변수다. 현재 한은의 기준금리는 연 1.5%다. 내년에 미국이 기준금리를 3회 올리면 한·미 간 기준금리가 역전된다.

전문가들은 한·미 간 금리가 역전돼도 국내 금융시장에서 단기간에 자금 유출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상수지 흑자 행진으로 원화 강세가 이어진다면 국내 금융시장을 이탈할 유인이 적다는 이유에서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0.50%포인트 정도의 금리 역전은 자금 흐름에 큰 변화를 가져오지 않을 것”이라며 “1%포인트 이상 벌어져야 자금 이탈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한은의 내년 첫 금리 인상 시점도 하반기가 될 것으로 보는 분위기가 많다. 부진한 내수와 고용, 반도체 편중 현상 등을 감안했을 때 아직 국내 경기 회복세가 뚜렷하다고 확신하기 어려운 데다 북핵 위험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이미 한은이 (지난 11월30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이후) 신중한 통화정책 결정 방침을 밝힌 데다 내년 3월 말 이 총재의 임기 만료를 고려할 때 내년 7월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김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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