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어린이 생명 위해 독재자와도 손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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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니스트 오블리주
더 나은 세상에 대해 품은 이상을 실현해 내는 사람은 드물다. 모든 걸 내던질 만큼 간절하지 않았을 수도 있고, 고결한 신념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고결하지 않은 길을 걸어야 하는 순간을 견디지 못했을 수도 있다.
유엔 산하 아동구호기관 유니세프에는 전설적인 인물이 있다. 1980년 취임해 15년간 활동한 3대 총재 짐 그랜트(1922~1995)다. 아동 사망률을 줄이겠다는 사명감에 자신을 내던진 휴머니스트다. 그의 활동으로 1980년 16~17%였던 아동의 예방접종률은 1991년 80%를 넘었다. 유니세프는 그의 재임 시절 2500만 명의 어린이가 생명을 건졌다고 추산한다.
그는 아름다운 꽃길만 걷진 않았다.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독재자나 살인광과도 손잡았다. 대중의 마음을 얻어내야 할 땐 대중매체에서 쇼맨을 자처했다. 이사회와의 갈등도 피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를 ‘미친 미국인’이라고 불렀다.
미국 작가 애덤 파이필드가 그랜트의 삶의 족적을 정리해 한 권의 책에 담았다. 《휴머니스트 오블리주》다. 그랜트의 신념은 “인류 발전의 혜택은 모든 사람에게 골고루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끌어들여 힘 있게 추진했다.
그에 대한 평가가 다 좋은 건 아니다. 직원들을 한계 이상으로 밀어붙이고, 대면하기 싫은 현실은 무시하며, 일부 직원을 노골적으로 편애한 것 등이 지적된다. 지나치게 단기적인 목표에 집중해 장기적 지속성을 해쳤다는 비판도 받는다. 저자는 “선의만으로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며 대의를 위해 헌신하는 휴머니스트가 디딘 진흙탕 같은 땅과 그 위에서 분투하는 외로운 리더의 모습을 비춘다. (김희정 옮김, 부키, 504쪽, 1만8000원)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
유엔 산하 아동구호기관 유니세프에는 전설적인 인물이 있다. 1980년 취임해 15년간 활동한 3대 총재 짐 그랜트(1922~1995)다. 아동 사망률을 줄이겠다는 사명감에 자신을 내던진 휴머니스트다. 그의 활동으로 1980년 16~17%였던 아동의 예방접종률은 1991년 80%를 넘었다. 유니세프는 그의 재임 시절 2500만 명의 어린이가 생명을 건졌다고 추산한다.
그는 아름다운 꽃길만 걷진 않았다.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독재자나 살인광과도 손잡았다. 대중의 마음을 얻어내야 할 땐 대중매체에서 쇼맨을 자처했다. 이사회와의 갈등도 피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를 ‘미친 미국인’이라고 불렀다.
미국 작가 애덤 파이필드가 그랜트의 삶의 족적을 정리해 한 권의 책에 담았다. 《휴머니스트 오블리주》다. 그랜트의 신념은 “인류 발전의 혜택은 모든 사람에게 골고루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끌어들여 힘 있게 추진했다.
그에 대한 평가가 다 좋은 건 아니다. 직원들을 한계 이상으로 밀어붙이고, 대면하기 싫은 현실은 무시하며, 일부 직원을 노골적으로 편애한 것 등이 지적된다. 지나치게 단기적인 목표에 집중해 장기적 지속성을 해쳤다는 비판도 받는다. 저자는 “선의만으로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며 대의를 위해 헌신하는 휴머니스트가 디딘 진흙탕 같은 땅과 그 위에서 분투하는 외로운 리더의 모습을 비춘다. (김희정 옮김, 부키, 504쪽, 1만8000원)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