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산업용 심야 전기요금(경부하 요금)이 인상된다. 상대적으로 싼 심야 전기를 이용해 공장을 돌리는 8만7000여 개 기업의 전기료 부담 증가가 불가피해졌다. 탈(脫)원전을 해도 전력수급에 문제가 없어 전기요금을 안 올려도 된다고 한 정부가 산업용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밤에 돌리는 공장 전기요금 오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4일 향후 15년간의 에너지 수급 전망과 설비 계획을 담은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2017~2031년)’을 공개하면서 “2030년까지 에너지정책 전환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탈원전과 신재생에너지 확대 등을 고려해도 전기요금 인상 요인은 미미한 수준이라는 얘기다.

산업부는 다만 산업용 전기요금제를 개편해 심야 사용요금을 올리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인상률은 내년 ‘에너지이용 합리화 기본계획’ 발표 때 공개할 예정이다.

정부와 여당은 그동안 “기업들이 가정용 전기에 비해 과도하게 싼 요금 혜택을 보고 있다”며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산업부 관계자는 “산업용 요금제 중 할인폭이 큰 심야요금을 중심으로 차등 조정해 전력소비 효율화를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용 심야 전기료는 일반 시간대에 비해 34.4~46.2% 정도 싸다.

산업계에선 급격한 탈원전 정책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한데, 결국 산업용 전기요금을 올려 인상 요인을 흡수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심야 전기료를 올리면 24시간 공장을 가동하는 철강 석유화학 반도체 업종 대기업과 심야 전기를 많이 쓰는 중소기업에 부담이 집중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태훈/조아란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