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식중독 주범은 십중팔구 노로바이러스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김모씨(27)는 지난 주말 저녁 복통을 견딜 수 없어 응급실을 찾았다. 구토와 설사도 계속됐다. 의사는 바이러스성 장염을 의심했다. 검사 결과 김씨의 분변에서 노로바이러스가 검출됐다. 김씨는 “전날 먹은 생굴이 화근인 것 같다”고 말했다.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돼 장염을 앓는 환자가 늘고 있다. 강재헌 인제대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노로바이러스는 다른 바이러스와 달리 영하의 날씨에도 살아남을 정도로 생명력이 강하다”며 “겨울철에는 식중독 위험이 적을 것으로 보고 위생 관리에 부주의한 탓에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되는 환자 수가 늘어난다”고 말했다. 겨울철 급성설사질환 중 노로바이러스 감염증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12월3~9일 한 주 동안 바이러스성 급성설사질환으로 신고된 환자 중 69%는 노로바이러스 때문이었다.

노로바이러스 감염증은 노로바이러스로 오염된 식품 또는 음료를 섭취하거나 이에 감염된 환자와의 접촉을 통해 전파된다. 전염성이 강해 사회복지시설, 학교 등 사람이 많이 모인 곳에서 집단으로 발병하는 사례가 흔하다. 보통 1~2일 잠복기를 거친 뒤 구토, 메스꺼움과 함께 오한, 복통, 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근육통, 권태, 두통, 발열 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소아에게는 구토, 성인에게는 설사가 흔하다. 탈수 증상이나 심한 복통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임종필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병독성이 강한 원인균에 감염되거나 환자가 면역력이 약한 상태에서 감염되면 패혈증으로도 진행돼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노로바이러스에는 치료제나 이를 예방하는 백신이 아직 없다. 대부분 치료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증세가 없어진다. 하지만 증상이 3일 이상 지속되거나 구토와 설사가 심하면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아야 한다. 계속되는 구토와 설사로 탈수 증세가 심해질 수 있으니 지속적인 수분 섭취도 필요하다.

위생관리에 특별히 신경 써 사전에 감염을 예방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노로바이러스는 100도 이상 끓는 물로 1분간 가열하면 완전히 살균 가능하다. 강 교수는 “노로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손씻기 등 개인위생 관리가 중요하다”며 “과일과 채소는 흐르는 물에 여러 번 씻어 먹고 어패류 등 음식은 익혀 먹는 게 좋다”고 말했다.

노로바이러스 감염증 환자는 적어도 구토, 설사 등의 증상이 없어진 뒤 사흘 내에는 공동생활을 피하는 것이 좋다. 환자의 토사물이나 분변과 접촉한 물건을 잘 폐기하고 수도꼭지 문고리 탁자 등 감염자의 손이 닿을 만한 곳은 소독제로 잘 닦아 전염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은 회복되고 나서도 3일간은 요리 등을 삼가야 한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