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을 취재하던 한국 사진기자가 14일 베이징 중국국가컨벤션센터(CNCC)에서 열린 ‘한·중 경제·무역 파트너십’ 행사장에서 현지 경호원들에게 폭행당한 뒤 쓰러져 있다. 연합뉴스
중국을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을 취재하던 한국 사진기자가 14일 베이징 중국국가컨벤션센터(CNCC)에서 열린 ‘한·중 경제·무역 파트너십’ 행사장에서 현지 경호원들에게 폭행당한 뒤 쓰러져 있다. 연합뉴스
“기레기(기자 쓰레기)는 쳐맞아야 한다. 쟤네는 미국에서 저랬으면 총 맞았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을 동행 취재하던 사진 기자 2명이 지난 14일 베이징 국가컨벤션센터에서 중국 측 경호원들로부터 집단 폭행을 당했다는 기사에 대해 일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자들이 보인 반응이다. 폭행 가해자를 꾸짖기는커녕 피해자가 맞을 짓을 해서 맞았다고 한다.

큰 행사가 있을 때 이를 취재하려는 기자들과 안전·보안 등을 이유로 취재를 제한하려는 경호원 간 실랑이는 한국에서도 흔히 벌어진다. 현장에 있었던 기자들이 전하는 바로는 폭행이 일어난 국가컨벤션센터 상황도 비슷했다고 한다. 기자들이 가급적 가까이서 문 대통령을 취재하려 하자, 중국 측 경호원들이 이를 막으면서 사달이 났다.

일부 문 대통령 지지자들은 기자들이 폭행을 당한 것보다 문 대통령의 외교 성과가 주목받지 못하는 것이 더 안타까운 모양이다. 한 네티즌은 “기레기 새끼들 중국 따라가서 제대로 기사도 안 쓰더니 문 대통령 방중 망치려고 작정했다”고 썼다.

친문(친문재인) 인사로 유명한 조기숙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페이스북에서 “경호원이 기자를 가장한 테러리스트인지 기자인지 어떻게 구분을 하겠어요. 폭력을 써서라도 일단 막고 보는 게 경호원의 정당방위 아닐까요”라고 했다.

이들의 주장대로 기자들의 취재 활동이 지나쳤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10여 명에게 둘러싸여 발로 차이고 얼굴뼈가 골절되고 시신경이 손상당해 마땅한 일이었을까. 이들은 폭행을 당한 기자들이 문 대통령의 외교 성과를 취재해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중국에 갔다는 사실은 아는지 모르겠다. 이번 폭행 사건은 우리 국민의 알 권리가 침해당한 사건이기도 하다는 생각은 꿈에도 못할 것이다.

일베라는 인터넷 사이트가 있다. 극우 성향이 강해 문 대통령 지지자들과 대척점에 서 있다. 그러나 일베의 문제는 단순한 정치 성향이 아니다. 여성과 특정 지역 출신을 비하하는가 하면 아동을 폭행했다며 인증샷을 버젓이 올리는 패륜성이 그들의 진짜 문제다.

"중국 공안에 기자가 맞을 짓 했다"… '일베' 닮아가는 극성 文지지자들
15일 일베엔 “미국 스타벅스에서 한국어를 쓰는 김치년(한국 여성을 비하하는 말)에게 백마(미국 여성을 비하하는 말)가 정의구현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한 미국 여성이 한국인 여성에게 “한국어를 쓰지 말라”고 말해 소동이 있었다는 기사를 이런 식으로 전한 것이다. 폭력 피해자에게 ‘맞을 짓을 했다’는 일부 문 대통령 지지자들의 논리와 통한다. 문 대통령 지지자들은 일베를 닮아가고 있다. 극히 일부이길 바랄 뿐이다.

유승호 정치부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