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요청에 화답, 中도 사드 언급수위 낮추고 관계복원 힘 실어
리커창, '보복 조치' 철회 공식화…단절된 경제·무역 채널 재가동 제안
협력관계, '경제'서 '정치·안보'로 확대…한반도평화 4대 원칙 합의
'정상 핫라인' 가동…시진핑, 평창올림픽에 고위급 대표단 파견 시사
사드 갈등 불씨는 남아…홀대론에 中경호요원 기자 폭행사태 아쉬움
문 대통령, 철저히 몸낮춘 실리외교… 사드보복 철회 공식화 성과
지난 13일(현지시간)부터 3박4일간 이어진 문재인 대통령의 첫 중국방문 일정이 16일 마무리됐다.

국빈 방문 형식으로 진행된 문 대통령의 이번 방중은 그동안 사드 갈등으로 경색됐던 한중관계를 본격적인 정상화 궤도에 올려놓는 중요한 모멘텀이 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중국이 사드 갈등에 따른 보복조치를 사실상 철회하고 경제와 무역, 관광 등 실질협력 분야에서 교류와 협력을 활성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임으로써 '실리외교' 측면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낳았다고 볼 수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을 세번째로 만난 문 대통령은 자존심을 앞세우기보다는 실리를 얻기 위해 철저히 몸을 낮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지난 25년간 경제분야에 초점이 맞춰졌던 양국 협력의 틀을 정치·안보분야로 확장하고 정상간 소통 강화를 위한 '핫라인'을 가동한 것이 주목된다.

다만 사드 문제를 둘러싼 양국간 이견은 '불완전 연소'된 상태여서 상황에 따라 갈등을 재연시킬 수 있는 불씨로 남아있다는 지적이다.

◇ '자존심보다는 실리'…문 대통령 몸 낮추며 관계복원 공식화 끌어내
양국은 지난 14일 문 대통령와 시진핑 국가주석, 15일 문 대통령과 리커창 총리이 회동을 거치면서 관계복원을 공식화했다.

시 주석과 리 총리 모두 사드 문제를 직·간접적으로 거론하기는 했으나 종전보다 어조를 낮췄고, 한중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복원시켜나가야 한다는 데 확실히 무게를 싣는 태도를 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방중을 계기로 세번째 대좌한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은 지난 10·31 한중 정부간 '사드 합의'의 흐름을 살려 양국 관계의 완전 정상화를 향한 정상 차원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줬다.

문 대통령은 "최근 양국 간 일시적 어려움도 오히려 역지사지(易地思之)의 기회가 됐다"고 평가했고, 시 주석은 회담에서 지난 10·31 사드 합의 이후의 상황을 평가하면서 "관계개선의 모멘텀이 됐다"고 강조했다.

국가서열 2위로 경제를 총괄하는 리 총리도 문 대통령과 회동한 자리에서 '봄'을 소재로 관계 정상화에 대한 강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리 총리는 "일주일 지나면 동지(冬至)가 올 것"이라며 "중한관계의 봄날을 기대할만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한중관계를 바둑에 비유하며 "미생의 시기를 거쳐서 완생의 시기를 이루고 또 완생을 넘어서서 앞으로 상생의 시기를 함께 맞이하기를 바란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방중 기간 중국을 "대국" "높은 산봉우리"로 치켜세우고 한국을 "작은 나라"로 지칭하는 등 철저히 몸을 낮추는 실리외교를 통해 중국의 사드문제 거론수위를 낮추고 보복조치를 실질적으로 철회시키는 성과를 낳았다.

◇ 중국, '보복 조치' 철회 공식화…경제채널 재가동
리 총리는 15일 문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중국 측이 사드 문제를 이유로 한국을 향해 전방위적으로 가했던 '보복 조치'를 사실상 철회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리 총리는 문 대통령에게 양국 경제·무역 부처 간 소통 채널을 재가동하고 그동안 중단됐던 다양한 협력사업들을 재개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리 총리는 사드 문제로 인해 한국 기업들의 대중 투자환경이 악화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리 총리는 또 한국이 내년 2월 개최하는 평창동계올림픽과 중국이 2022년 개최하는 동계올림픽을 고리로 관광교류 활성화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리 총리는 "평창올림픽 개최기간 많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을 방문할 것"이라고 말했고, 내년과 2022년을 상호 방문의 해로 지정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 한중 협력 틀, '경제'에서 '정치·안보'로 확대
이번 방중을 계기로 전(全)분야에 걸쳐 한중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심화하는 것을 넘어 수교 25주년을 맞은 양국관계의 틀을 새롭게 '재조정'한 것이 의미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양국은 무엇보다도 '경제'분야에 치중된 협력분야를 '경제'에서 '정치·안보'로 확대해나가는 데 합의했다.

이는 동북아 역내 핵심 플레이어로서 한반도 현안에 있어 공조를 모색하는 의미를 담고 있어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소(小) 다자그룹으로 볼 수 있는 한·미·중, 한·중·일 등 역내 국가들과의 새로운 협력 메커니즘도 제안했다.

◇ '한반도 평화 4대원칙' 합의…中 대북제재 역할 요청
양국 정상이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4대 원칙'에 합의한 것은 이번 방중의 주요 성과물이다.

4대 원칙은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 ▲한반도의 비핵화 원칙을 확고하게 견지한다 ▲북한의 비핵화를 포함한 모든 문제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한다 ▲남북한 간의 관계 개선은 궁극적으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는 한반도문제를 풀어가는 원칙과 방향을 확인한 것이다.

그러나 북핵 문제를 어떻게 함께 풀어갈 것이냐 하는 '공통의 로드맵'은 나오지 않았다.

특히 문 대통령의 2단계 북핵해법 구상이나 중국의 '쌍중단'(雙中斷)론은 회담테이블에서 구체적으로 거론되지 않다.

당초 문 대통령이 대북제재에 미온적인 중국 정부를 향해 대북 원유공급 중단 등 '더 강력한 역할'을 요청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으나 원론적 수준의 협력을 요청하는 선에 그쳤다.

◇ 정상간 '핫라인' 가동하며 신뢰 다지기…'홀대론' 일축
세번째 만난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은 이번 방중을 계기로 정상 차원의 신뢰와 우의를 돈독히 다졌다.

14일 오후 4시30분 공식환영식에서부터 시작된 두 정상의 만남은 저녁 9시30분 한중 문화교류의 밤 행사가 끝날 때까지 5시간 동안 이뤄졌다.

여권의 고위인사는 "두 정상이 5시간 동안 옷 갈아입는 시간을 제외하고 끊임없이 소통하고 대화했다"며 "국빈 만찬에서도 두 정상이 다양한 주제를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양자와 다자외교 계기는 물론 전화 통화와 서신 교환 등 다양한 소통 수단을 활용해 정상 간 '핫라인'을 가동하기로 합의했다.

여권의 한 인사는 "공항 영접 때 나온 중국 정부 인사의 급이 다소 낮았던 것을 제외하고는 전체적인 의전에 있어 홀대론을 제기할만한 상황은 없었다"고 말했다.

◇ 시진핑 "평창에 반드시 고위급 대표단 파견"
시 주석이 평창동계올림픽에 반드시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도 의미가 있다.

시 주석은 문 대통령의 방중 초청에 대해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여의치 못할 경우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시 주석이 최소한 리 총리나 상무위원급에 해당하는 고위급 대표단을 한국에 보낼 것이라는 에상이 나오고 있다.

◇ 사드 갈등 불씨 남아…'홀대론'·기자폭행 사건 아쉬움 남겨
주목할 점은 사드 문제를 둘러싼 갈등과 이견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채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점이다.

물론 종전보다 수위가 낮아지기는 했으나 문 대통령을 만난 중국 권력서열 1,2,3위의 지도자가 잇따라 사드 문제를 제기했다.

시 주석은 문 대통령에게 사드 문제를 거론하며 "한국이 적절히 처리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고, 리 총리는 완곡한 어법이지만 "한국과 중국이 민감 문제를 잘 처리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장더장 전인대 상무위원장은 "양국은 사드의 단계적 처리에 의견을 같이했다"며 미묘한 언급을 내놨다.

물론 이들의 언급은 사드 갈등을 '확대'하기 보다는 적절한 수준에서 '관리'해나가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다만 한반도 정세와 안보상황에 따라서는 한중관계 개선 흐름에 복병으로 작용할 공산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3일 문 대통령 내외가 중국 베이징 서우두 국제공항에 도착했을 때 공항에 영접나온 쿵쉬안유(孔鉉佑)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급)의 격(格)이 논란이된 이후 국내 일각에서 '홀대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을 수행 중인 여권 고위인사는 "의전과 전반적 예우로 볼 때 홀대론을 제기할만한 상황은 없었다"고 일축했다.

중국 측 경호원들이 과잉경호를 넘어 문 대통령을 근접 취재 중이던 사진기자 두 명을 집단폭행하는 비정상적인 사태가 빚어진 것도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