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의 기업공개(IPO)를 놓친 홍콩증권거래소가 차등의결권 허용을 추진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지난 15일 보도했다. 홍콩증권거래소는 이날 변호사, 회계법인, 펀드매니저 등 360여 명의 관계자와 협의한 끝에 차등의결권을 허용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홍콩거래소가 차등의결권을 도입하기 위해선 금융당국의 승인이 필요하다.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는 2년 전 차등의결권 도입을 거부한 바 있다.

차등의결권은 경영권을 가진 대주주 주식에 보통주보다 더 많은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차등의결권이 있는 주식은 보통주 1주보다 10~100배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어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하는 데 유용하게 활용된다. 홍콩증권거래소는 대주주 주식에 최대 10배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홍콩증권거래소가 이 같은 방침을 정한 것은 세계 정보기술(IT) 기업을 홍콩증시에 더 많이 끌어들이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2014년 알리바바가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IPO를 한 이유는 홍콩증시가 차등의결권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홍콩증권거래소는 ‘시가총액 400억홍콩달러(약 5조5800억원) 이상’인 상장 조건도 완화하기로 했다. 새 규정은 상장 요건을 ‘시가총액 100억홍콩달러 이상, 연간 매출 10억홍콩달러’로 완화했다. 바이오테크 기업은 매출과 무관하게 15억홍콩달러 이상의 시가총액이 예상되면 상장할 수 있다.

찰스 리 홍콩증권거래소 최고경영자(CEO)는 “시장은 홍콩의 자본시장 접근성 확대와 경쟁력 강화를 원한다”며 “내년 하반기까지 많은 혁신기업이 홍콩을 선택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