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내년부터 철강 제품에 부과하는 수출세를 폐지한다. 세계 철강업계에선 한동안 주춤하던 중국발(發) 철강 공급 과잉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재정부는 내년 1월1일부터 철강 제품에 매기던 수출세를 없앨 것이라고 지난 15일 발표했다. 수출세는 중국에만 있는 세금으로 중국 정부는 국내 수급이나 정책 목적상 수출을 통제할 필요가 있는 제품에 수출세를 부과해 왔다. 철강 제품에는 2007년부터 수출세를 매겨 왔다. 저가 철강 제품 생산을 줄여 철강산업을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재편하고 다른 나라와의 무역 마찰을 피하기 위해서다. 올해 대부분 철강 제품에 15% 수출세를 적용했다. 스테인리스스틸과 특수강, 고부가가치 철강 제품에는 10% 수출세를 부과했다. 수출세가 폐지되면 글로벌 시장에 지금보다 더 싼 가격의 중국산 철강 제품이 범람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 정부는 철강업계의 지속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공급 과잉 상황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고 판단해 수출세 폐지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는 중국 철강업계가 무턱대고 생산량을 늘린 뒤 남는 물량을 세계 시장에 쏟아내면서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지난해부터 철강산업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중국 정부는 2020년까지 1억5000만t의 철강 생산량을 줄일 계획이다. 중국 정부는 감축 목표의 70% 이상을 실현한 만큼 내년에는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철강 공급 과잉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주요 20개국(G20)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등 33개국이 참여해 출범한 철강글로벌포럼이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세계 철강 공급 과잉 물량은 7억3700만t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지난해 세계 철강 생산량(16억t)의 45%에 달하는 규모다.

FT는 “수출세를 폐지키로 한 것은 중국만 희생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