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메모리반도체 시장 호황은 클라우드센터를 중심으로 한 서버가 이끌고 있다. 그런데 최근 서버용 반도체 시장에 호재가 더해졌다.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의 95%를 장악한 인텔이 업그레이드된 플랫폼을 내놓으면서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한층 늘어날 전망이다.

17일 씨티그룹에 따르면 2014년만 해도 전체 D램 시장의 20%에 못 미친 서버용 D램 비중은 내년에 28%, 2019년에는 32%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아마존과 구글, 페이스북에 중국의 알리바바까지 글로벌 정보기술(IT)기업이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강화하며 데이터센터를 확대하고 있는 데 따른 결과다.

내년부터는 이 같은 양적 성장이 주춤해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서버당 메모리반도체 채용량이 늘어나는 질적 성장이 시작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인텔이 지난 7월부터 본격적으로 판매하는 서버용 CPU ‘제온 스케일러블’ 덕분이다. 기존 CPU 설계인 ‘브로드웰’을 대체할 신규 설계 ‘스카이레이크’가 서버에 처음 적용된 제온 스케일러블은 기존 서버용 CPU 대비 1.5배 많은 D램을 필요로 한다. 기존 제품보다 메모리 성능은 65%, 연산 성능은 63% 향상되는 과정에서 더 많은 메모리반도체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이미 구글이 제온 스케일러블을 공급받기로 하는 등 내년에 세계 서버 CPU의 10%가 이 제품으로 대체될 전망이다. 서버가 하나도 늘지 않는다고 가정해도 서버용 D램 수요는 5% 늘어난다는 의미다.

하지만 기존 메모리반도체 업체로선 제온 스케일러블의 등장이 마냥 반가운 것만은 아니다. 인텔이 자체 생산한 메모리 반도체 3D크로스포인트를 기반으로 제작한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인 ‘옵테인’을 제온 스케일러블이 쓰고 있어서다. 1980년대 초 철수한 메모리반도체 시장에 다시 돌아온 인텔은 전력 공급이 없어도 메모리가 남아 있는 낸드플래시와 속도가 빠른 D램의 장점을 조합한 3D크로스포인트를 중국 다롄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