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얼어붙은 한강
계속되는 맹추위로 한강이 얼어붙고 있다. 기상청은 지난 15일 새벽 올해 첫 결빙(結氷)이 한강에서 관측됐다고 발표했다. 한강 가장자리에서는 지난 2일부터 얼음이 나타났으나, 공식적으로는 이날부터 강이 얼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1946년(12월12일) 이후 71년 만의 가장 이른 결빙이다. 지난겨울보다는 42일, 지난 30년간의 평균치보다는 29일이나 이르다.

기상청은 1906년부터 관측 지점을 정해 놓고 한강 결빙 여부를 관측하고 있다. 노량진 쪽 한강대교의 두 번째와 네 번째 교각 아래 강 상류 방향 100m 부근이 결빙 관측지다. 1900년대 초반 노량진이 한강의 주요 나루 중 하나였던 데다, 접근이 쉬워 결빙 관측점이 됐다고 한다. 한강대교 아래의 유속이 빨라 이곳에서 결빙이 관측되면 한강 대부분이 얼어붙는다는 점도 고려했다.

결빙을 판단하는 기준도 따로 정해져 있다. 얼음으로 인해 수면이 완전히 덮여 아래를 볼 수 없는 상태가 돼야 결빙으로 판정한다. 얼음 두께와는 무관하다. 해빙은 결빙된 수면이 녹아 어느 일부분이라도 노출되는 것을 말한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한강은 평년 기준으로 매년 1월13일쯤 결빙되고 2월5일께 해빙된다. 연평균 결빙 기간은 한 달이 조금 안 되지만, 조금씩 더 짧아지는 추세다. 1960년대에는 연평균 결빙일이 42일에 달했다. 하지만 1970년대에는 28일, 1990년대는 17일, 2000년대는 14일로 줄어들고 있다. 1980년대 들어 한강 개발사업으로 강의 수심이 깊어지고 유속이 빨라진 데다 도시의 난방열과 온수, 지구온난화 등도 결빙 기간 축소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요즘엔 한강 결빙은 혹한이 찾아왔는지를 가리는 기준 정도로 치부된다. 그렇지만 과거엔 한강 얼음 활용도가 컸다. 조선 태조 이성계는 동빙고(東氷庫)·서빙고(西氷庫)를 설치해 한강 얼음 채취와 보관, 출납을 맡도록 했다. 한강물이 약 12㎝ 이상 결빙되면 채취해서 잘 저장했다가 궁중 음식을 조리하거나 종묘사직 제사를 지낼 때 사용했다.

지금의 서울 용산구 동빙고동·서빙고동은 얼음을 저장하는 창고가 있던 데서 유래한 지명이다. 한강에 얼음이 얼면 동빙고·서빙고 관원들은 바빠질 수밖에 없었다. 겨울철 한강 얼음을 채취해 여름에 사용한 것은 1960년대까지 이어졌다.

기상청은 찬 대륙고기압이 당분간 한반도를 얼어붙게 할 것이라고 예보했다. 서울의 체감온도가 영하 15도 아래로 떨어지는 등 전국적으로 ‘동장군’이 위세를 부릴 것이라고 한다. 한강이 더 꽁꽁 얼어붙게 생겼다. 안 그래도 사회 전반에 무거운 분위기가 가득한데 더욱 움츠리게 생겼다. ‘추우면 없는 사람이 더 고생한다’는 말이 있다. 한파가 속히 물러갔으면 좋으련만….

김수언 논설위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