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北 발언 듣는 틸러슨 > 조현 외교부 제2차관(오른쪽)과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왼쪽 위)이 지난 15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장관급 회의에서 자성남 유엔주재 북한대사(맨 아래)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 北 발언 듣는 틸러슨 > 조현 외교부 제2차관(오른쪽)과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왼쪽 위)이 지난 15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장관급 회의에서 자성남 유엔주재 북한대사(맨 아래)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과 북한이 지난 15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장관급 회의에서 북핵 문제를 두고 정면충돌했다. 최근 ‘북한과의 선제조건 없는 대화’를 파격적으로 제안했던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이 회의에서 다시 강경 노선으로 태도를 바꿨다. 자성남 주유엔 북한대사는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틸러슨 장관은 ‘비확산과 북한’을 주제로 열린 이번 안보리 장관급 회의에서 “북한과의 대화가 이뤄지기 전에 북한이 먼저 위협적 행동을 지속적으로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2일 “선제조건 없이 북한과 첫 대화를 하겠다”던 자신의 발언에서 후퇴해 북한의 도발 중단과 비핵화를 대화 조건으로 내세우는 기존 노선으로 돌아간 것이다.

백악관은 틸러슨 장관의 ‘조건 없는 대화’ 발언 직후 “북한이 추가 도발을 자제하고, 비핵화를 향한 진정성 있는 행동을 취해야 한다”며 이견을 보였다. 이 때문에 틸러슨 장관의 이 같은 태도 변화는 이미 예고돼 있었다는 관측이다. 뉴욕타임스는 “틸러슨 장관의 명백한 유턴”이라고 평했고, CNN은 “틸러슨 장관이 북한과 조건 없는 첫 대화에 나서겠다는 최근 입장에서 한발 물러섰다”고 보도했다.

자 대사는 “북한은 책임 있는 핵보유국이고 평화를 사랑하는 국가”라며 “비확산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겠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원래 이 회의의 회원국이 아니지만, 참석을 자청해 특별 초청 형식으로 회의에 참석했다.

자 대사는 “북한은 핵무기와 관련 기술의 불법적인 이전을 막을 수 있는 절대적이고 완벽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강변했다. 또 “핵무기 보유는 미국의 핵 위협으로부터 우리의 주권과 저항할 권리를 지키기 위한 자위적 조치”라며 틸러슨 장관을 향해 쏘아붙였다.

유엔총회는 19일 오전 10시(현지시간) 본회의에서 북한 인권결의를 13년 연속 채택할 예정이다. 유엔총회는 2005년부터 북한 인권결의를 채택해 왔다. 북한이 장기간에 걸쳐 인권유린을 자행해 왔음을 규탄하고, 개선을 촉구한다는 내용이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