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국제관계 전문가들이 북한은 핵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이 한반도 전쟁 발발 가능성에 적극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가 지난 16일 베이징에서 개최한 연례 세미나에서 중국의 한반도 분야 전문가들은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이같이 우려했다.

국무원의 외교 자문역을 맡고 있는 스인훙 인민대 교수는 “지금이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수십 년 만에 가장 높아진 시기”라며 “반드시 한반도 전쟁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중국은 상황을 통제할 힘을 잃었다”며 “북한은 시한폭탄과 같다. 중국은 단지 폭발을 지연시킬 수 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군사 평론가이자 전 난징군구 부사령관을 지낸 왕훙광 예비역 중장은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지금부터 한·미 합동군사훈련이 시작되는 내년 3월 이전까지 언제든 발발할 수 있다”며 “중국은 북한과 접경지역에서의 전쟁에 대비한 동원령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양시위 중국국제문제연구원 연구원도 “한반도가 반세기 만에 가장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다”며 “유감스럽게도 전쟁이든 평화든 중국은 이 문제에 대한 통제력이나 주도권을 갖고 있지 않으며 심지어는 목소리조차 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주펑 난징대 국제관계연구원 원장은 “현 상황의 연착륙은 불가능하다”고 진단한 뒤 “전쟁 가능성이 어떻든 간에 중국은 심리적으로, 실질적으로 핵 분쟁, 방사성 낙진, 핵폭발 등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딩리 푸단대 교수는 “북한은 이미 여섯 차례의 핵실험을 감행했다. 미국이나 중국이라면 6차 핵실험을 하고 중도에 포기하겠느냐”고 반문한 뒤 “북한의 IQ를 무시하지 마라. 북한의 핵 포기를 목적으로 한 협상은 시간과 자원을 낭비하는 것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뤼차오 랴오닝 사회과학원 한반도연구센터장은 미국이 어떤 방식의 전쟁이든 필승 또는 빠른 승리를 확신하지 못하고 있고, 수조달러의 비용을 투입할 의향도 없다는 점을 들어 전쟁 가능성을 다소 낮게 봤다.

뤄위안 중국 전략문화촉진회 부회장은 “국제사회가 북한의 합리적인 안보 관심을 존중하고 북한의 핵 포기 대가를 충족시켜줘야 한다”며 북한에 원전을 제공하고,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에 북한을 포함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