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1년 러시아 황제 표트르 1세는 네바강 연안 습지에 자신의 이름을 딴 도시를 건설했다. 제정 러시아 수도였던 상트페테르부르크다. 이 도시엔 수많은 궁전이 세워졌다. 그중에서도 8년에 걸쳐 완공한 겨울궁전은 화려하기로 유명했다. 겨울궁전의 첫 주인인 예카테리나 2세는 유명한 예술품 수집가였다. 계몽군주를 자처한 그녀는 프랑스 철학자 드니 디드로를 비롯한 동시대 유럽 저명인사들과 교유하며 유럽 각지의 미술품을 사들였다. 이들 예술품은 겨울궁전 곳곳을 차지했고, 오늘날 예르미타시박물관이 됐다.
예카테리나 2세의 미술품 수집 열정은 동시대 귀족에게도 확산돼 18세기 말 이후 많은 프랑스 화가의 작품이 러시아 공공건물과 상류층 저택을 장식했다. 이런 개인 소장품이 러시아 혁명 후 국유화되면서 예르미타시박물관은 300만 점의 소장품을 자랑하는 세계적인 박물관이 됐다. 그중에서도 17~20세기 초 프랑스 미술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번에 온 전시품도 예카테리나 2세가 수집한 17~18세기 프랑스 회화부터 20세기 초 러시아 부호들이 사들인 인상주의 회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을 망라한다. 전시는 고전주의, 로코코와 계몽주의, 프랑스 혁명과 낭만주의, 인상주의와 그 이후 등 4개 시기로 구분해 4부로 짜였다.
니콜라 푸생, 클로드 로랭 등 프랑스 고전주의 작가들을 통해서는 프랑스 미술이 독자적 화풍을 형성하고 유럽 미술의 흐름을 주도하기 시작한 17세기를 만날 수 있다. 18세기에는 로코코 화가들의 작품과 계몽주의 확산에 따라 새로운 감각으로 만든 풍속화, 풍경화가 그려졌다.
프랑스 혁명과 나폴레옹 치하에서 일어난 예술의 변화상도 조명한다.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의 ‘니콜라이 구리예프 백작의 초상’, 구스타브 쿠르베의 ‘죽은 말이 있는 풍경’을 비롯해 문학, 신화, 동방 문물 등에서 영감을 얻은 낭만주의 화가들의 작품을 선보인다. 마지막은 인상주의가 주도한다. 클로드 모네, 폴 세잔,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앙리 마티스, 앙리 루소의 그림들이 나란히 관람객을 맞이한다.
전시는 내년 4월5일까지. 관람료는 성인 6000원, 중학생~대학생 5500원, 초등학생 5000원.
서화동 문화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