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비트코인 선물이 세계 최대 선물거래소인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 상장됐다. CME는 지난주 거래를 시작한 시카고옵션거래소(CBOE)보다 규모가 커 기관투자가가 선호하는 만큼 비트코인 선물의 중심 시장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CME는 17일 오후 6시(미국 동부시간, 한국시간 18일 오전 8시) 비트코인 선물 거래를 개시했다.

CME 비트코인 선물 근월물인 1월물 가격은 개장 직후 2만650달러까지 급등했다가 하락해 18일 오전 8시54분 현재 1만9155달러를 기록 중이다. CME의 비트코인 선물은 매일(토요일 제외)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후 5시까지 거래되며 가격 변동폭이 7%, 13%, 20%를 넘으면 2분씩 거래를 중단한다.

거래 개시 후 15시간 동안 거래량은 736계약으로 예상보다 저조했다. CME는 1계약이 5비트코인으로 이뤄진다. 1계약이 1비트코인인 CBOE보다 다섯 배 많다. CBOE 방식으로 따지면 3600계약이 넘는다. CBOE는 지난 10일 첫날 거래량이 4100계약에 달했지만, 이후 하루평균 1600계약에 그쳐 시장 조성에 실패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CBOE가 제미니거래소 한 곳의 가격만을 기준으로 삼는 데 비해 CME는 4개 비트코인 거래소 가격을 기반으로 기준가격을 산출한다. CME는 비트코인의 높은 변동성을 고려해 개시 증거금을 47%로 올렸다. CBOE(44%)보다 높다.

월스트리트저널은 CME와 CBOE 모두 거래 활성화를 위해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다고 지적했다. 은행 등 기관투자가들이 거래를 꺼리는 게 대표적이다. JP모간체이스, 로열뱅크오브캐나다(RBC), UBS 등은 당장 고객에게 비트코인 선물거래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당분간 시장 상황을 지켜본 뒤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골드만삭스는 거래를 원하는 일부 고객에게만 비트코인 선물 청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큰 변동성으로 증거금 100%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