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영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서울과학수사연구소장이 18일 오후 서울 신월동 국과수 서울분소에서 신생아들에 대한 부검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한영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서울과학수사연구소장이 18일 오후 서울 신월동 국과수 서울분소에서 신생아들에 대한 부검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건당국이 지난 16일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NICU)에서 사망한 신생아 네 명 중 세 명의 혈액에서 항생제 내성이 의심되는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세균 감염을 신생아 사망 원인으로 단정지을 수는 없다고 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도 18일 이들의 시신을 부검한 뒤 “신생아 사망 원인을 세균 감염으로 보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들의 사망 원인을 밝히기까지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항생제 내성 의심 세균 검출

질병관리본부는 이대목동병원 NICU에서 사망한 신생아 세 명의 혈액에서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이 검출됐다고 이날 발표했다. 16일 오후 9시32분부터 10시53분까지 80분 사이에 이대목동병원 NICU에서 네 명의 신생아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질병관리본부는 17일 즉각대응팀을 꾸리고 서울시와 함께 현장 역학조사를 했다.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은 정상 성인의 몸 속에 있는 장내 세균이다. 면역이 떨어진 사람 중 일부는 병원에서 해당 균에 노출돼 호흡기, 비뇨기, 혈액 등에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질병관리본부는 사망 신생아 세 명에게서 검출된 균이 같은 균인지 유전자 분석을 하고 있다. NICU에 함께 입원했던 신생아 4명에게서 로타바이러스가 확인돼 추가검사도 하고 있다.

세균검사를 한 신생아 세 명의 혈액은 사망하기 전인 16일 오후 3시께 병원에서 뽑아둔 것이다. 세균 감염이 의심되는 신생아 중 두 명은 괴사성 장염이 의심돼 항생제 치료를 받았다. 의료진은 신생아들이 호흡이 빨라지고 산소포화도가 떨어지는 이상징후를 보이자 혈액검사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생아 네 명 중 세 명은 사망 7~8시간 전 감염 의심 증상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감염으로 동시 사망 상식에 안 맞아”

사망한 신생아의 혈액에서 세균이 검출되면서 입원 중 세균에 감염돼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신생아들은 면역 기능이 떨어진 상태에서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감염돼 패혈증 쇼크 등을 겪으면 사망 위험이 높아진다. 괴사성 장염도 각종 감염 위험을 높이는 원인 중 하나다. 인공적으로 영양분을 공급하면서 장 점막에 구멍이 뚫리는 질환이다.

그러나 질병관리본부는 세균이 검출됐지만 사망과의 직접적 관련성을 단정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국과수도 이날 부검한 뒤 감염으로 동시에 사망에 이를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판단했다. 양경무 국과수 법의조사과장은 “4명이 함께 감염됐을 수 있지만 동시에 사망하는 원인으로 동일한 감염체를 얘기하는 것은 의학적 상식에 맞지 않다”고 했다.

의료계에서도 세균이나 바이러스 감염으로 신생아가 한꺼번에 사망할 가능성은 낮다고 입을 모았다. 국내 한 대학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면 같은 공간에 있던 다른 아이들도 문제가 생겼을 텐데 그런 징후가 없다”고 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이들과 함께 입원했던 신생아 중 증상이 나빠진 환아는 없었다.

◆투약 실수 가능성도

의료계 일각에서는 같은 시간에 여러 신생아가 동시에 응급상황에 다다른 것을 토대로 투약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 구역 아이들에게 동시 다발적으로 문제가 생긴 것을 보면 교대 로테이션 등에 맞춰 투약 시간을 정해 놓았다가 사고가 났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양 과장은 “병원에서 쓰는 약물 중 어떤 약물은 치명적 역할을 하는 약물도 있다”며 “이를 고려해 조사하겠다”고 했다. 국과수는 종합 부검 검사가 나오기까지 한 달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이지현/장현주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