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회장은 회추위서 빠지는데… '셀프 연임'이라는 금융당국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금융사-금융당국 충돌
지배구조 개선 압박… KB금융·하나금융 '발끈'
"적법한 절차로 회장 선임… 트집 잡지 말라"
전문가 "미국선 성과 뛰어난 CEO 장기 경영"
지배구조 개선 압박… KB금융·하나금융 '발끈'
"적법한 절차로 회장 선임… 트집 잡지 말라"
전문가 "미국선 성과 뛰어난 CEO 장기 경영"
금융당국과 민간 금융회사 경영진이 정면으로 부딪치고 있는 대목이 ‘금융지주 회장의 셀프 연임’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금융지주 회장이 스스로 추천하고 또 사외이사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해 연임하고 있다”는 취지로 비판을 이어갔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도 “금융사 최고경영자(CEO) 연임 과정에 잡음이 많다”고 거들었다. 이에 대해 금융사들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며 금융당국이 ‘흠집’을 내려는 시도로 보고 있다.
KB 사외이사 “셀프 연임 아니야”
대표적인 곳이 KB금융지주다. KB금융 경영진은 사내이사든, 사외이사든 금융당국자들의 지적이 사실에 부합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윤종규 회장은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빠졌는데 무슨 얘기냐”며 펄쩍 뛰고 있다.
KB금융은 상시지배구조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이 위원회는 KB금융 및 전 계열사 CEO 후보군을 상시 관리하는 곳이다. 자주는 아니지만 정기적으로 회의를 열어 후보군을 점검한다. 회장이 이 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계열사 CEO 후보에 대한 의견 교환을 위해 필수적이란 게 KB 측의 설명이다. KB금융의 한 관계자는 “회장이 이 회의에도 참석 못한다면 뭐하러 존재하느냐”고 되물었다.
KB금융은 계열사가 아닌 지주의 차기 회장 후보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하기 시작한 지난 4월부터 윤 회장이 회의에서 빠졌다고 전했다. 23명의 공식 후보군 중 한 명으로 윤 회장이 포함되면서 이해관계자의 상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다른 금융사의 회추위에 해당하는 확대지배구조위원회가 첫 회의를 연 지난 9월1일부턴 윤 회장이 아예 배제됐다. 이후 사외이사가 중심이 된 이 위원회에서 차기 회장 후보군 추천이 이뤄졌고, 최종적으로 임시 주주총회에서 윤 회장의 연임이 확정됐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지적을 이해할 수 없으며 금융사에 대한 트집 잡기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하나 “이해관계자인 회장은 제외”
금융당국이 개선을 요구한 하나금융도 KB금융과 마찬가지 반응이다. 윤종남 하나금융 이사회 의장은 “회추위 명단에 김정태 현 회장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해관계자기 때문에 제외해왔다”고 지적했다. 윤 의장은 “하지만 금융당국의 우려도 있어 조만간 이사회를 열어 김 회장의 회추위원 제외를 공식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지주회사들은 지난해 8월 개정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에 따라 차기 승계 규정을 마련하고, 차기 후보군을 관리하고 있다. 하나금융 이사회 회추위도 상시 가동하면서 내부 8명, 외부 6명 등 14명의 후보군을 관리하고 있다. 그럼에도 하나금융이 계속 언급되는 것은 최흥식 금감원장과 김 회장이 과거 ‘불편한 사이’였기 때문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계 관계자는 “2015년 하나은행·외환은행 초대 통합 행장을 두고 김승유 전 회장이 밀었던 인사를 김정태 회장이 반대한 이후 감정의 골이 깊어진 것으로 안다”며 “김승유 전 회장이 하나금융 고문을 맡고 있을 때 김정태 회장을 제치고 그가 영입한 최흥식 전 하나금융 사장(현 금감원장)과 여러 사안을 논의했다는 얘기가 파다하다”고 전했다.
금융당국의 민간금융사 개입에 대해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CEO 선임은 금융사에서 자율적으로 할 문제”라며 “미국 금융회사처럼 금융산업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경영성과 평가에 따라 CEO의 장기집권도 가능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정근 건국대 IT금융학과 특임교수는 “국내 금융사의 상당수가 예금보험공사 국민연금 등 주요 주주로 정부 영향권에 있는 게 문제”라며 “‘관치 금융’ 논란에서 벗어나려면 사외이사로 구성된 다양한 위원회가 독립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안상미/이현일 기자 saramin@hankyung.com
대표적인 곳이 KB금융지주다. KB금융 경영진은 사내이사든, 사외이사든 금융당국자들의 지적이 사실에 부합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윤종규 회장은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빠졌는데 무슨 얘기냐”며 펄쩍 뛰고 있다.
KB금융은 상시지배구조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이 위원회는 KB금융 및 전 계열사 CEO 후보군을 상시 관리하는 곳이다. 자주는 아니지만 정기적으로 회의를 열어 후보군을 점검한다. 회장이 이 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계열사 CEO 후보에 대한 의견 교환을 위해 필수적이란 게 KB 측의 설명이다. KB금융의 한 관계자는 “회장이 이 회의에도 참석 못한다면 뭐하러 존재하느냐”고 되물었다.
KB금융은 계열사가 아닌 지주의 차기 회장 후보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하기 시작한 지난 4월부터 윤 회장이 회의에서 빠졌다고 전했다. 23명의 공식 후보군 중 한 명으로 윤 회장이 포함되면서 이해관계자의 상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다른 금융사의 회추위에 해당하는 확대지배구조위원회가 첫 회의를 연 지난 9월1일부턴 윤 회장이 아예 배제됐다. 이후 사외이사가 중심이 된 이 위원회에서 차기 회장 후보군 추천이 이뤄졌고, 최종적으로 임시 주주총회에서 윤 회장의 연임이 확정됐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지적을 이해할 수 없으며 금융사에 대한 트집 잡기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하나 “이해관계자인 회장은 제외”
금융당국이 개선을 요구한 하나금융도 KB금융과 마찬가지 반응이다. 윤종남 하나금융 이사회 의장은 “회추위 명단에 김정태 현 회장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해관계자기 때문에 제외해왔다”고 지적했다. 윤 의장은 “하지만 금융당국의 우려도 있어 조만간 이사회를 열어 김 회장의 회추위원 제외를 공식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지주회사들은 지난해 8월 개정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에 따라 차기 승계 규정을 마련하고, 차기 후보군을 관리하고 있다. 하나금융 이사회 회추위도 상시 가동하면서 내부 8명, 외부 6명 등 14명의 후보군을 관리하고 있다. 그럼에도 하나금융이 계속 언급되는 것은 최흥식 금감원장과 김 회장이 과거 ‘불편한 사이’였기 때문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계 관계자는 “2015년 하나은행·외환은행 초대 통합 행장을 두고 김승유 전 회장이 밀었던 인사를 김정태 회장이 반대한 이후 감정의 골이 깊어진 것으로 안다”며 “김승유 전 회장이 하나금융 고문을 맡고 있을 때 김정태 회장을 제치고 그가 영입한 최흥식 전 하나금융 사장(현 금감원장)과 여러 사안을 논의했다는 얘기가 파다하다”고 전했다.
금융당국의 민간금융사 개입에 대해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CEO 선임은 금융사에서 자율적으로 할 문제”라며 “미국 금융회사처럼 금융산업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경영성과 평가에 따라 CEO의 장기집권도 가능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정근 건국대 IT금융학과 특임교수는 “국내 금융사의 상당수가 예금보험공사 국민연금 등 주요 주주로 정부 영향권에 있는 게 문제”라며 “‘관치 금융’ 논란에서 벗어나려면 사외이사로 구성된 다양한 위원회가 독립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안상미/이현일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