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호(왼쪽부터), 장이근, 송영한, 김민규.
최진호(왼쪽부터), 장이근, 송영한, 김민규.
‘골프 신동’ 소리를 듣던 김민규는 올해 열여섯 살의 소년 프로가 됐다. 고등학교 진학 대신 ‘천직’이라 여겨온 골프로 일찌감치 진로를 틀어버렸다. 내년부터 그는 유럽프로골프(EPGA) 2부 투어에서 뛴다. 올해 EPGA 3부 투어에서 상금 랭킹 2위를 차지해 내년도 풀 시드를 따냈다. 2개 대회 연속 우승이 힘이 됐다. 김민규는 “어차피 해외로 갈 거면 나이 제한이 없는 유럽 투어부터 거치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해외 투어 개척에 나서는 남자 프로가 갈수록 늘고 있다. 실력만 있으면 나이, 국적과 상관없이 우승할 기회가 많기 때문이다. 국내 남자 투어 규모가 영세하고 성장 속도가 더디다는 점도 ‘노마드 골퍼’ 증가에 한몫하고 있다.

진출 빈도가 가장 높은 시장은 가까운 거리에 있어 ‘겸업’이 쉬운 일본 투어(JGTO)다. 지난해 12명이 퀄리파잉스쿨(Q스쿨) 시험을 치러 풀 시드를 따낸 데 이어 올해도 10명이 내년도 출전권을 따냈다. ‘타이거 킬러’ 양용은(45)이 1위로 출전권을 확보한 가운데 안백준, 김진성, 이동민, 박배종 등이 일본 투어 진출을 확정지었다. JGTO는 국내 대회보다 대회 수가 훨씬 많고 우승 상금 규모도 2배 이상 크다. 올 시즌엔 총상금 35억9475만엔(약 371억원)을 걸고 26개 대회가 열렸다. 같은 기간 국내 대회는 19개가 치러졌다.

올해 일본투어에서 주로 활약한 임성재(19)와 한때 미국 무대에 진출했다가 국내 투어로 돌아온 ‘유턴족’ 김비오(27·호반건설)는 내년에 미국으로 주무대를 옮긴다. 미국프로골프(PGA) 2부 투어인 웹닷컴 투어 Q스쿨을 각각 2위, 7위로 통과해 2018시즌 12개 대회 출전 자격을 얻었다. 내년 이 투어에서 상금 순위 25위 안에 들면 PGA 1부 투어 2018~2019 시즌 출전권이 보장된다.

아시안투어도 ‘대안 투어’ 가운데 하나다. 대표적인 선수가 송영한(26·신한금융그룹)이다. 올해 9개 대회에 출전해 23만1406달러를 벌어들여 상금순위 19위로 내년 출전권을 다시 확보했다.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2017 시즌 신인왕 장이근(24)과 코리안투어에서 4회 준우승한 김기환(27·볼빅)도 올 시즌 아시안투어 상금순위 각각 45위, 59위로 내년 시즌 풀 시드를 따냈다.

‘코리안투어 강자’ 최진호(33·현대제철)도 내년 국내 투어에선 얼굴 보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올해 KPGA 코리안투어 대상 수상 특전으로 2018 유럽 투어 시즌 전체 출전권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시작한 2017~2018시즌 3개 대회에 출전해 모두 본선 진출에 성공하는 등 적응 속도가 빠른 편이다. 최진호는 “자신감이 올라 있는 만큼 최대한 빨리 우승 소식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