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금연과 흡연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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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희 < 서울 서초구청장 gracecho@seocho.go.kr >
“우리 아버지 무덤가에 핀 담배 꽃, 그 꽃 한 줌 꺾어다가 말아 피웠소. 또 한 줌 꺾으려다 눈물이 났소. 너울너울 담배 연기 간 곳이 없네.”
1980년대 포크송 가수 서유석이 부른 ‘고향 꿈’의 한 대목이다. 담배 연기 한 모금에는 한국인의 고달픈 삶의 애환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사회적으로 금연이 권장되고 있지만, 성인 남자 흡연 비율은 열 명 중 세 명꼴로 담배는 여전히 국민 기호식품 중 하나다.
담배는 임진왜란 후 우리나라에 수입됐다고 한다. 그 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급속도로 퍼졌다. 정조는 담배를 무척이나 좋아해 조선 팔도를 담배 피우는 나라로 만들려 했다는 말도 전해진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까지 나서 금연 교실, 금연 구역 확대, 금연 캠페인까지 하는 지금 모습을 본다면 정조는 자신의 무너진 꿈을 한탄할지 모른다.
서초구는 금연정책이라면 전국에서 제일 앞장선 자치구다. 2012년부터 강남대로 일부 구간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했다. 올해는 강남대로 총 5㎞ 전체 구간을 금연구역으로 운영하고 있다. 금연 단속요원만 18명이다. 서울 대부분 자치구가 두세 명인 것과 비교해 몇 배나 많다. 국내 최초로 담배 소매점 간격을 50m에서 100m로 늘렸고, 금연 벨 설치나 금연 아파트 운영, 어린이집 주변 금연구역 지정 등 각종 금연정책에서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흡연 대책을 함께 고민해 달라는 목소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달 3일부터 국민건강진흥법에 따라 당구장, 스크린 골프장 등 모든 실내체육시설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됐다. 이로 인해 뒷골목에서 흡연하는 풍선효과도 나타난다. 서초구에는 9개의 흡연 부스가 설치돼 있어 서울에서 가장 많지만, 흡연자의 기대에는 못 미친다. 흡연 부스를 더 늘리려 해도 주변 주민의 반대가 워낙 거세다. 흡연권과 혐연권 사이에서 지자체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흡연권과 혐연권의 갈등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 2004년 8월 헌법재판소는 두 기본권의 충돌에 대해 건강권과 생명권을 이유로 혐연권의 우위를 인정했다. 하지만 행복추구권과 사생활의 자유를 근거로 흡연권 또한 헌법상 보장되는 권리로 인정한 바 있다.
금연은 자기 뜻대로 잘 안 되는 일이다. 마찬가지로 금연정책 또한 규제 일변도이거나 흡연자에 대한 일방적인 차별로 이어져서는 성공할 수 없다. 흡연자의 권리를 인정하면서 스스로 금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타인에게 민폐 끼치는 일이 아니라면 모두가 품격 있고 자유로워야 한다. 그것은 우리가 추구해야 할 자유민주주의의 모습이기도 하다.
조은희 < 서울 서초구청장 gracecho@seocho.go.kr >
1980년대 포크송 가수 서유석이 부른 ‘고향 꿈’의 한 대목이다. 담배 연기 한 모금에는 한국인의 고달픈 삶의 애환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사회적으로 금연이 권장되고 있지만, 성인 남자 흡연 비율은 열 명 중 세 명꼴로 담배는 여전히 국민 기호식품 중 하나다.
담배는 임진왜란 후 우리나라에 수입됐다고 한다. 그 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급속도로 퍼졌다. 정조는 담배를 무척이나 좋아해 조선 팔도를 담배 피우는 나라로 만들려 했다는 말도 전해진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까지 나서 금연 교실, 금연 구역 확대, 금연 캠페인까지 하는 지금 모습을 본다면 정조는 자신의 무너진 꿈을 한탄할지 모른다.
서초구는 금연정책이라면 전국에서 제일 앞장선 자치구다. 2012년부터 강남대로 일부 구간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했다. 올해는 강남대로 총 5㎞ 전체 구간을 금연구역으로 운영하고 있다. 금연 단속요원만 18명이다. 서울 대부분 자치구가 두세 명인 것과 비교해 몇 배나 많다. 국내 최초로 담배 소매점 간격을 50m에서 100m로 늘렸고, 금연 벨 설치나 금연 아파트 운영, 어린이집 주변 금연구역 지정 등 각종 금연정책에서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흡연 대책을 함께 고민해 달라는 목소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달 3일부터 국민건강진흥법에 따라 당구장, 스크린 골프장 등 모든 실내체육시설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됐다. 이로 인해 뒷골목에서 흡연하는 풍선효과도 나타난다. 서초구에는 9개의 흡연 부스가 설치돼 있어 서울에서 가장 많지만, 흡연자의 기대에는 못 미친다. 흡연 부스를 더 늘리려 해도 주변 주민의 반대가 워낙 거세다. 흡연권과 혐연권 사이에서 지자체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흡연권과 혐연권의 갈등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 2004년 8월 헌법재판소는 두 기본권의 충돌에 대해 건강권과 생명권을 이유로 혐연권의 우위를 인정했다. 하지만 행복추구권과 사생활의 자유를 근거로 흡연권 또한 헌법상 보장되는 권리로 인정한 바 있다.
금연은 자기 뜻대로 잘 안 되는 일이다. 마찬가지로 금연정책 또한 규제 일변도이거나 흡연자에 대한 일방적인 차별로 이어져서는 성공할 수 없다. 흡연자의 권리를 인정하면서 스스로 금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타인에게 민폐 끼치는 일이 아니라면 모두가 품격 있고 자유로워야 한다. 그것은 우리가 추구해야 할 자유민주주의의 모습이기도 하다.
조은희 < 서울 서초구청장 gracecho@seocho.g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