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 있는 로널드 레이건 국제무역센터(ITC)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신국가안보전략(NSS)을 발표하고 있다.  /워싱턴UPI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 있는 로널드 레이건 국제무역센터(ITC)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신국가안보전략(NSS)을 발표하고 있다. /워싱턴UPI연합뉴스
미국이 18일(현지시간) 발표한 새 국가안보전략(NSS)의 핵심은 ‘북핵 최우선 해결’로 요약할 수 있다. 군사력을 포함한 압도적 힘으로 반드시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내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의지를 담았다는 평가다. 한반도 전쟁 불가를 포함한 ‘한반도 평화 4원칙’에 중국과 합의한 문재인 정부와 다소 온도 차가 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북한이라는 단어가 17회 등장

미국은 북한을 실질적인 안보 위협으로 지목했다. NSS 보고서 서문에서부터 북한을 이란과 함께 ‘불량 정권’으로 규정하는가 하면 중국·러시아 및 국제테러리즘 등과 함께 북한을 3대 도전 요소로 분류했다. 이런 관점을 유지하면서 68쪽짜리 NSS 보고서엔 북한이라는 용어가 17회 나온다.

전임 버락 오바마 정부가 2015년 2월 내놓은 NSS 보고서에선 북한이 3회 등장한 것과 비교된다. 당시 오바마 정부는 “북한의 도발과 위협이 심각한 위기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만 언급했다. 반면 이번 보고서에선 “북한 문제가 더는 미룰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으며 미국의 선택지가 갈수록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북한의 핵확산과 대량살상무기 고도화 위협을 무시하면 할수록 그런 위협은 더욱 나빠지고 우리의 방어옵션도 적어진다”고 내다봤다. 나아가 “북한이 핵무기로 수백만 명의 미국인 살상을 추구하고 있다”고까지 썼다.

이런 위협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나온 처방이 한반도 비핵화다. 구체적으로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한반도 비핵화를 달성하고 동북아 비확산체제를 지키기 위해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과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과 협력해 북한에 대한 압박 수위를 더욱 높일 수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 로널드 레이건 빌딩에서 NSS를 발표하면서 “미국과 동맹은 비핵화를 달성하고, 그들이 세계를 위협할 수 없도록 모든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고서에선 ‘모든 필요한 조치’ 중 하나로 강력한 힘을 꼽았다. 보고서는 “압도적 힘으로 북한의 침략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며 “한반도 비핵화를 강제할 옵션을 향상시키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균형외교 가능할까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 지역 방어를 위해 일본, 한국과 미사일 방어에 대해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미국 미사일방어(MD) 체제 편입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한·중 관계에 불안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리 정부가 중국과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갈등 봉합을 위해 미국의 MD체제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내용을 포함한 이른바 ‘3불(不)’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를 강제할 옵션을 향상시킬 것”이라며 군사적 대응을 시사했다. 한·중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한반도 전쟁 불가’ 원칙과도 차이가 난다. 이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의 ‘균형외교’ 구상이 난관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기우라고 일축한다.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은 19일 정례 브리핑에서 NSS에 대해 “한·미 동맹이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고 재확인한 점을 평가한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NSS 보고서가 때때로 미래 행동의 강력한 예보 기능을 한다”며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이 ‘외교가 실패하면 예방전쟁 또는 선제타격이 필요할지 모른다’고 언급했음에도 불구하고 새 전략 보고서는 선제공격이라는 단어를 한마디도 사용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NYT에 따르면 2002년 NSS 보고서는 선제 군사행동의 타당성을 거론해 미국이 6개월 뒤 이라크를 침공하는 근거를 쌓는 데 도움을 준 적이 있다.

정인설 기자/워싱턴=박수진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